매일신문

[그립습니다] 김선희(국제섬유패션학원 원장) 씨의 아버지 고 김택수 씨

"불러만 봐도 가슴 먹먹…아버지 생각날 때마다 엽서에 하고 싶은 말들 적고, 뵈러 가서 걸어놓고 오기도 해요"

고 김택수 씨 생전에 딸 김선희 씨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가 김선희 씨, 오른쪽에서 두 번째 한복입은 사람이 고 김택수 씨. 가족 제공.
고 김택수 씨 생전에 딸 김선희 씨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가 김선희 씨, 오른쪽에서 두 번째 한복입은 사람이 고 김택수 씨. 가족 제공.

아버지, '아버지'라고 불러만 봐도 가슴이 먹먹한 게 눈물이 고입니다. 정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한두 달은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아버지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낮에는 일하면서 보낸다 치더라도 밤이 되면 떠오르는 아버지 생각에 눈물이 터지기도 했고, 당신 사위는 그런 저를 "차라리 속 시원하게 울어라"고 하면서 저를 지켜보며 달래주기도 했어요.

아버지를 생각하면 어린시절이 너무 많이 떠올라요.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구미, 예천, 영천 등 경북의 다양한 곳에서 근무하셨었죠. 굳이 편한 임지를 마다하시고 시골 학교에서 많이 근무하셨지만 저는 그 덕분에 어린 시절 아버지 따라 재미난 경험을 많이 했어요. 방학 때 보름 가량 아버지가 근무하시는 학교의 사택에 놀러가면 저는 '선생님 딸'이라고 마을 사람들이 예뻐해줬던 기억도 있고요.

아버지가 사택 주변에 심은 땅콩이나 감자 등을 캐 보기도 하고, 버드나무 껍질을 까면서 손이 새카매지기도 했었죠. 버스를 몇 번 씩 갈아타고 가야 해서 집으로 오시는 아버지도, 방학 때 찾아가는 저도 힘든 길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버지 보러 가는 길은 늘 즐거웠어요.

그러고보면 아버지는 참 '좋은 아빠'셨고 '좋은 선생님'이셨어요. 저도 자식을 키워보니 자식을 야단치지 않으면서 키운다는 건 힘든 일이더군요. 그런데 아버지는 저를 키우시면서 한 번도 제게 크게 야단치신 기억이 없어요. 그리고 딸만 둘 있는 집이라 아들이 없다는 이유로 여러 곳에서 아쉬운 소리 들으셨을법도 한데 저희들에게는 그런 내색조차 하지 않으셨고요.

그래서 제 남편이 아버지를 보고 "나도 장인어른처럼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또 정년퇴직 이후에 연세 지긋해진 아버지의 제자들이 아버지를 모시고 식사 대접을 하는 모습도 여러번 보면서 아버지가 참 좋은 선생님이셨음도 알게 됐죠.아버지께서 언젠가 이런 말씀 하신 적 있죠? "이렇게 오래 살아도 너 괜찮니?"라고요. 저는 오히려 아버지가 100세까지 사시고 그 뒤에 더 건강해지시지 않을까 기대했어요.

하지만 나이가 드시면서 오래전 기억은 잘 하시는데 방금 있었던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하시고 꿈에서 할머니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하실 때에는 마음이 쿵 내려앉더군요. 돌아가시고 나서 아버지 방에 남아있던 여러 메모들을 보며 그래도 좋은 기억을 잊고 싶지 않아하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 한 켠이 아려오기도 했습니다.

6·25 전쟁에 참전하셔서 국가유공자가 되신 덕분에 아버지를 대구에서 가까운 영천 호국원에 모신 게 요즘 참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고향이 경기도 쪽이신지라 대전에 모실까 했는데 자식들 찾아오는 것 보고싶다고 하셔서 영천에 모셨지요. 그러다보니 아버지 생각날 때마다 찾아뵐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요즘은 아버지 손녀딸이 자기 남자친구 데리고 아버지 보러 가끔 영천에 가곤 해요. 하늘에서 기특하다고 해 주실 것 같아요.

요즘은 영천 호국원에 가면 비치돼 있는 엽서 몇 장을 들고 와요. 아버지 생각날 때마다 그 엽서에 하고싶은 말들을 쭉 적고 아버지 뵈러 영천 갈 때 걸어놓고 오기도 해요. 그렇게 제 그리움을 풀어나가고 있어요. 아버지, 언젠가는 하늘에서 만나 뵐 수 있을거라 믿고 열심히 살게요. 아마 그 때는 저를 만나러 마중나와 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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