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두류공원 점심 봉사 나서는 최건호 씨 "휴가를 써서라도 봉사 나서…라오스에 학교 세우는 게 꿈"

지난 12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네거리 자연보호헌장비 앞 '빨간 밥차' 봉사 현장에서 최건호(사진 오른쪽 빨간 앞치마 입은 남자) 씨가 음식 재료인 콩나물을 다듬고 있다. KT대구경북광역본부 제공.
지난 12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네거리 자연보호헌장비 앞 '빨간 밥차' 봉사 현장에서 최건호(사진 오른쪽 빨간 앞치마 입은 남자) 씨가 음식 재료인 콩나물을 다듬고 있다. KT대구경북광역본부 제공.

매주 목요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네거리 인근 자연보호헌장비 앞에는 KT그룹희망나눔재단과 BC카드가 후원하는 빨간 밥차가 뜬다. 빨간 밥차가 뜨면 인근에 살면서 밥 한 끼 제대로 해 먹기 힘든 어르신들이나 한 끼 식사가 필요한 사람들이 와서 점심을 해결한다. 하루 평균 400명 이상이 방문하는 이 곳을 든든히 지키는 '삼촌'이 있다. 바로 KT대구경북광역본부에서 근무하는 최건호 씨다.

최 씨가 매주 목요일마다 '빨간 밥차'에서 배식 봉사를 시작한 건 지난 2017년부터다. 대학생과 직장인으로 구성된 빨간 밥차 봉사단은 정기 봉사단체와 함께 노상에서 식재료 준비부터 조리, 배식, 설거지까지 일체의 배식활동을 직접 수행한다. 봉사원들 중 여성이 많다 보니 힘을 써야 하는 일은 최 씨의 몫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든든한 건호 삼촌'으로 불리게 됐다.

"예전에도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의 식사를 도와드리는 봉사활동을 했던 적이 있어요. 그 때 느낀 사실 중 하나가 건강한 사람들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몸이 불편하신 분들은 식사를 위해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이죠. 그래서 점심 식사 봉사활동도 자연스럽게 해 보자는 마음을 가지게 됐어요. 몸은 괜찮은데 식사 마련이 힘든 분들도 많이 오시고요.

밥차 봉사를 한 시간은 7년 간 총 446시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매월 두 번씩은 참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봉사활동이 어려워졌을 때는 다른 밥차 봉사활동 단체에 가서 일손을 돕기도 했다. 교대 근무로 일하다 보니 봉사활동 할 시간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안 날 경우에는 연차휴가를 사용해서라도 참가한다.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해 온 덕분에 도와주는 분들도 늘었다.

"기억에 남는 분 중 한 분이 무료로 칼을 갈아주시는 분이예요. 저희들이 식사 봉사를 할 때 사용하는 칼이 30여자루 되거든요. 아무래도 사용 빈도가 높다보니 한 번 쓰고 나면 많이 무뎌지죠. 그걸 돈 안 받고 매번 갈아주시는 분이 계세요. 봉사활동 하면서 그 분의 도움에 늘 감사하죠."

간혹 밥차 봉사를 하면서 눈물을 머금고 매정해질 때가 있는데 음식을 몰래 싸 가려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다. 비닐봉지를 들고 와서 싸가려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제대로 보관하지 못해 음식이 상할 우려도 있기 때문. 최 씨는 "그 때는 차라리 '한 그릇 더 드시고 가시라'고 말씀드리고 음식을 싸 가지는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최 씨에게는 한 가지 꿈이 생겼다. 바로 라오스에 학교를 짓는 것이다. 학교 전체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라오스의 어린이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교실 하나라도 만들어주는 게 최 씨의 꿈이다.

"5년 전에 라오스에 해외봉사활동을 갔을 때 창고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라오스 어린이들을 봤어요. 우리나라도 그런 학교와 교실에서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히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라도 돈이 좀 모이면 학교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교실 하나는 마련해주고 싶어요. 이뤄질 지 모르지만 큰 꿈으로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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