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네거리 인근 자연보호헌장비 앞에는 KT그룹희망나눔재단과 BC카드가 후원하는 빨간 밥차가 뜬다. 빨간 밥차가 뜨면 인근에 살면서 밥 한 끼 제대로 해 먹기 힘든 어르신들이나 한 끼 식사가 필요한 사람들이 와서 점심을 해결한다. 하루 평균 400명 이상이 방문하는 이 곳을 든든히 지키는 '삼촌'이 있다. 바로 KT대구경북광역본부에서 근무하는 최건호 씨다.
최 씨가 매주 목요일마다 '빨간 밥차'에서 배식 봉사를 시작한 건 지난 2017년부터다. 대학생과 직장인으로 구성된 빨간 밥차 봉사단은 정기 봉사단체와 함께 노상에서 식재료 준비부터 조리, 배식, 설거지까지 일체의 배식활동을 직접 수행한다. 봉사원들 중 여성이 많다 보니 힘을 써야 하는 일은 최 씨의 몫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든든한 건호 삼촌'으로 불리게 됐다.
"예전에도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의 식사를 도와드리는 봉사활동을 했던 적이 있어요. 그 때 느낀 사실 중 하나가 건강한 사람들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몸이 불편하신 분들은 식사를 위해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이죠. 그래서 점심 식사 봉사활동도 자연스럽게 해 보자는 마음을 가지게 됐어요. 몸은 괜찮은데 식사 마련이 힘든 분들도 많이 오시고요.
밥차 봉사를 한 시간은 7년 간 총 446시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매월 두 번씩은 참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봉사활동이 어려워졌을 때는 다른 밥차 봉사활동 단체에 가서 일손을 돕기도 했다. 교대 근무로 일하다 보니 봉사활동 할 시간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안 날 경우에는 연차휴가를 사용해서라도 참가한다.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해 온 덕분에 도와주는 분들도 늘었다.
"기억에 남는 분 중 한 분이 무료로 칼을 갈아주시는 분이예요. 저희들이 식사 봉사를 할 때 사용하는 칼이 30여자루 되거든요. 아무래도 사용 빈도가 높다보니 한 번 쓰고 나면 많이 무뎌지죠. 그걸 돈 안 받고 매번 갈아주시는 분이 계세요. 봉사활동 하면서 그 분의 도움에 늘 감사하죠."
간혹 밥차 봉사를 하면서 눈물을 머금고 매정해질 때가 있는데 음식을 몰래 싸 가려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다. 비닐봉지를 들고 와서 싸가려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제대로 보관하지 못해 음식이 상할 우려도 있기 때문. 최 씨는 "그 때는 차라리 '한 그릇 더 드시고 가시라'고 말씀드리고 음식을 싸 가지는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최 씨에게는 한 가지 꿈이 생겼다. 바로 라오스에 학교를 짓는 것이다. 학교 전체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라오스의 어린이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교실 하나라도 만들어주는 게 최 씨의 꿈이다.
"5년 전에 라오스에 해외봉사활동을 갔을 때 창고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라오스 어린이들을 봤어요. 우리나라도 그런 학교와 교실에서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히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라도 돈이 좀 모이면 학교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교실 하나는 마련해주고 싶어요. 이뤄질 지 모르지만 큰 꿈으로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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