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람잡는 산책길’ 포항 영일만북파랑길 관리 소홀 심각

해안길 산책로 비탈면 무방비로 방치…바위·토사 그대로 흘러내려
‘등골이 오싹한 길, 지진·홍수에도 정신 못차려’ 방문객들 비난 목소리

포항 영일만북파랑길 해안 산책로. 절개된 산 비탈면으로 토사가 무방비로 흘러내리고 있다. 신동우 기자
포항 영일만북파랑길 해안 산책로. 절개된 산 비탈면으로 토사가 무방비로 흘러내리고 있다. 신동우 기자

17일 포항 스카이워크를 지나 북쪽으로 난 '영일만북파랑길' 산책로.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동해안 절경을 걷는 해안둘레길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흙으로 덮인 길은 맨발로 걷기 좋아 요즘 시기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유명 트래킹 코스 중 하나이다.

그러나 조금만 깊숙이 들어가면 호적한 기분은 금세 가시고 만다. 바로 옆 비탈면에서 쏟아지는 토사들 때문이다.

대부분 작은 조각돌이지만, 간혹 어린아이 머리만 한 돌덩이나 뾰족한 나뭇가지들도 섞여 내려온다.

반면, 토사 방지망처럼 제대로 된 안전시설을 찾아볼 수 없어 아찔한 풍경을 자아낸다.

심지어 몇몇 구간에는 비탈면에 가득히 쌓인 토사들이 조금만 건드려도 와르르 무너져 내릴 정도다.

대구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은 "당장 산사태가 안 일어나는 게 이상할 만큼 위험한 관광지"라며 "홍수·지진 이후에도 아직 포항시가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걸으며 등골이 오싹할 정도인데 차라리 폐쇄하는 게 옳지 않겠나"라고 했다.

포항 영일만북파랑길 해안 산책로. 절개된 산 비탈면으로 토사가 무방비로 흘러내리고 있다. 신동우 기자
포항 영일만북파랑길 해안 산책로. 절개된 산 비탈면으로 토사가 무방비로 흘러내리고 있다. 신동우 기자

시민 건강 및 관광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영일만북파랑길'은 동해안 770㎞(부산~강원 고성)을 잇는 '해파랑길' 중 포항 송도~송라면까지 39.2㎞ 구간을 말한다.

한반도 모양을 따 '호랑이등오름길'이라고도 불리며, 2020년 12곳의 명소를 아우르는 동해안 절경 산책로로 조성됐다.

포항의 랜드마크인 스카이워크와 최근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가리닻전망대도 영일만북파랑길의 한 구간이다.

스카이워크와 이가리닻전망대 관람 인원으로 미뤄봤을 때 포항시는 이곳을 다녀간 관광객이 40만명은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서둘러 산책로는 조성했지만, 그에 수반돼야 할 안전설비는 정작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등한시해 관광객들에게 포항지역 관광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안겨주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구간이 길어 한꺼번에 모든 곳의 정비를 마치지 못했다. 꾸준히 예산을 세워서 순차적으로 안전설비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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