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만들기'로 제조창업에 눈을 뜨다

최병고 디지털부국장
최병고 디지털부국장

'만들기의 모든 것'을 주제로 한 '2023 대구메이커페스타'가 지난 주말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대구삼성창조캠퍼스(북구 침산동)에서 대구시·대구시교육청 주최로 열린 이 행사에는 14~15일 이틀 동안 총 2만여 명이 다녀갔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메이커'(Maker)가 되자는 취지 아래 각 학교, 기관이 마련한 부스에서 다채로운 만들기 체험이 이어졌다.

대구메이커페스타는 적잖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2019년 '메이커 도시 대구'를 선포하면서 야심 차게 문을 연 대구메이커페스타는 이듬해 코로나19 사태로 개최하지 못했다. 2021년에는 갑작스러운 변종 코로나 출현으로 일정을 몇 번이나 바꾼 끝에 결국 온라인으로 치러졌다. 엔데믹을 맞은 지난해에는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이태원 참사가 발생해 추모 동참 취지로 행사를 취소하기도 했다.

4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2023 대구메이커페스타는 기대 이상의 호응 속에 막을 열었다. 행사 홈페이지에는 동시 접속자들이 몰리면서 트래픽이 터졌다. 현장 부스는 아침 오픈부터 종료 시간까지 관람객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가 대부분이었다. 5개 부스를 돌면서 스탬프를 찍는 챌린지에 도전하는 사람도 많았다. 한 학부모는 자신의 블로그에 아이와 함께 만든 작품들을 자랑했고, 더 많은 만들기 체험을 즐기는 팁까지 공유했다.

이번 행사에서 인상적인 대목 몇 가지를 들어 본다. 우선 메이커페스타는 '만들기'가 본격적인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통상의 행사장에선 관람객의 흥미를 끄는 부대 프로그램 정도로 체험 부스가 차려지는 경우가 많지만, 메이커페스타는 만들기 자체가 아이덴티티다. 부스별로 만들기 소재가 중복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준비한 주최 측의 노력도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높였다.

어린이, 청소년 눈높이에 맞추되 부모가 함께 즐기기에도 좋았다. 학령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라면 주말에 갈 만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웬만한 유료 체험장은 체험비도 만만치 않다. 아울러 삼성창조캠퍼스의 우수한 접근성과 창업 친화적인 분위기, 편의시설도 대구메이커페스타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 학교 부스 운영을 맡은 청소년들이 관람객을 맞아 체험 안내를 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은 일상 속의 창의적인 만들기에서 시작해 발명, 창업으로까지 이어지도록 하자는 취지로 2000년대 중반 서구에서 등장했다. DIY가 개인 취미 수준에 가깝다면 메이커 운동은 개인 취미부터 산업 영역까지 포함한다. 이 때문에 메이커 운동은 자연스럽게 '제조 창업' '오픈소스 제조업 운동'으로 이어진다.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는 말에서처럼 도구를 사용해 물건을 만드는 행위는 인간의 본질적인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서도 3D 프린터 등 디지털 기반 제조 기술이 등장하면서 혁신적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제품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열린 창업 공간, '메이커스페이스'가 2018년 이후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17개 시도에 227개 메이커스페이스가 설치돼 있다. 대구에도 대학과 학교, 창업 지원 기관 등에 16곳이 운영 중이다. 이곳에선 평일, 주말에 다양한 만들기 체험이 가능하다. 아이 손을 잡고 메이커스페이스에서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 만들기에 도전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어릴 적부터 만드는 재미에 눈을 뜬 청소년들이 10년, 20년 후 대구 제조 창업 붐의 주역이 되는 날을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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