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럼피스킨병과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감염병 4개가 한해 동안 모두 창궐하는 사상 초유 '쿼드러플'(4배) 악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6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충남 서산에서 국내 처음 발병한 소 럼피스킨병은 이날 오전 8시 기준 78건으로 확대됐다.
정부가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전국적 백신 접종에 나섰지만 확산세는 조금씩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전북 부안의 백신 접종 농장에서 의심 신고가 접수돼 항체 형성 반응인지 여부를 검사 중인가 하면, 이날 오전 10시 충주에서도 의심 증상이 확인돼 정밀검사 의뢰를 한 상태다.
경북도는 전날 오후 2시까지 도내 백신 접종 대상 82만9천276마리 가운데 58만3천612마리 접종을 마쳐 접종률 70.4%를 넘겼다.

축산 농가들은 올 겨울 고병원성 AI가 발병할 경우 럼피스킨병을 포함해 제1종 가축전염병 4개가 한해 동안 모두 일어나 악영향이 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5월 충북 청주 한우농장에서 4년 4개월 만에 구제역이 발생해 농장 11곳의 소와 염소 1천571마리가 살처분됐다.
국내 양돈장에서도 올해만 9건의 ASF 감염 사례가 나왔다. ASF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도 경북 등지에서 잇따라 발견되는 등 발생지역이 점차 남하하는 추세다. 지난 9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는 ASF가 경북에 유입되지 않도록 야생멧돼지 포획 강화 등 대책을 내놨다.
올해 국내에서 고병원성 AI 감염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AI는 이르면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유행하는 데다, 평소보다 이른 지난달 일본의 야생 큰부리까마귀 폐사체에서 이미 고병원성 AI(H5N1형)가 검출돼 국내 발병도 머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국은 럼피스킨병을 비롯한 제1종 가축전염병이 급격히 확산하지 않도록 백신 접종과 접경지 및 축사 소독, 이동중지 명령 등 다양한 조치를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 럼피스킨병 백신 접종을 마치고 항체가 형성되는 이달 말쯤에는 확산세가 끊길 것으로 당국은 내다봤다.
농민과 전문가들은 '사후약방문' 식이던 가축 방역 패러다임을 선제 대응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기후와 교역 증가로 인해 새로운 전염병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게 됐다는 이유다.
경북 한 수의학 전문가는 "기간, 계절, 국가별 유행세를 살펴 국내에서도 한발 앞선 방역 스케줄을 가동했어야 했다. 백신이 없는 ASF나 백신을 개발 중인 고병원성 AI와 달리 럼피스킨병은 외국에 대량의 백신 비축분이 있었다"며 "앞서 국내 확보한 53만마리 분은 너무 부족했고, 전염병을 막고 백신 접종을 재빨리 마치기에는 공수의 등 방역 전문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럼피스킨병의 글로벌 유행세가 커지는 즉시 백신을 보급했으면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있다"며 "농가들도 스스로 차단방역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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