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유의 행정망 마비 복구…정부 해명에 전문가 "축소 발표 의심"

행정안전부가 전국 시군구·읍면동 주민센터에서 민원 서류발급 서비스를 재가동한다고 알린 20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1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민원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가 전국 시군구·읍면동 주민센터에서 민원 서류발급 서비스를 재가동한다고 알린 20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1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민원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흘간 마비됐던 정부 행정전산망이 20일 정상화하며 민원 현장이 다시 가동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따른 정부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시청·구청·주민센터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민원서류가 정상 발급되고 있다. 공무원 행정전산시스템 '새올'이 복구된 것은 물론 온라인 민원업무사이트인 '정부24′도 평소와 다름없이 운영 중이다.

이번 행정망 장애는 지난 17일 발생했다. 새올의 보안 패치를 업데이트하면서 인증 오류가 목격됐다. 행안부는 네트워크 장비 L4스위치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하고 교체했다. 이 장치는 트래픽을 분산해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는 네트워크 장비 내 정보를 주고받는 'L4 스위치'에 이상이 생기면서 사용자 인증절차에 문제가 생겼고, 이는 사용자 접속 장애를 불러와 새올 시스템을 통한 민원서류 발급 업무가 중단됐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민관 전문가로 구성된 복구팀이 18일 새벽 네트워크 장비를 교체했고, 안정화 작업을 거쳐 행정전산망 복구를 완료했다.

그러나 정부는 완전 복구된 현재까지도 장애 원인으로 지목된 L4 스위치가 왜 이상을 일으켰는지 또 새올의 보안 패치 업데이트 왜 굳이 평일에 진행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보람 행안부 디지털정부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L4 장비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발견했는데, 그 안에 어떤 부분이 실제로 문제를 일으켰는지에 대해서는 저희가 조금 더 면밀한 조사를 거쳐서 확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바가 있다.

이어 원인 발표가 늦어진 이유를 묻는 말에 "서비스를 재개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고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해 (원인) 발표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부의 사고 대응이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20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와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지난 사흘간 지방행정전산망 '새올'과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 '정부 24'가 먹통이 된 원인을 정부가 축소 발표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문가들이 의아해하는 건 사실 처음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 네트워크 장비를 업데이트하다가 문제가 생겼다는 걸 인지하고 업데이트를 취소하고 원상태로 되돌렸다. 그래도 문제가 해결이 안 돼서 이 장비를 새로 교체했는데도 문제가 안 잡혀서 53시간이 흐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산하 한국정보통신산업노조도 20일 성명을 통해 "'네트워크 장비 오류'라는 매우 무책임하고 쉬운 변명으로 사태를 얼버무리려 하는 정부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노조는 "원인 파악에서도 GPKI(행정전자서명인증서) 인증 시스템 문제를 이야기하다가, L4 스위치 문제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비상 대응 시스템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축·운영되는지 총체적인 의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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