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97> 턴아웃

하은경 지음 / 특별한 서재 펴냄

발레코어룩 이란 말을 들어보았나요? 올해 패션 트렌드 중 하나였던 발레코어룩은 발레복과 일상복을 결합한 패션을 뜻합니다. 최근 몇 년 새 전공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발레를 일반인들도 쉽게 취미생활로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발레와 발레코어룩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발레와 관련된 도서 또한 출간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그중 흥미롭게 읽었던 SF소설 「턴아웃」 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유전자 조작과 나노칩 시술이 성행하는 시대, 발레 분야에서는 과학적 시술이 발레리나의 부상을 줄여주고 필요한 근력과 운동신경을 발달시켜 완벽에 가까울 정도의 동작을 구사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유럽 발레단은 발레리나의 유전자 조작이나 나노칩 시술을 허용하였지만 한국의 서울시립발레단은 과학적 시술을 철저히 금지하고 인간의 노력을 통한 실력을 진정한 예술로 인정하였습니다. 전설의 발레리나 신수연의 딸인 '제나'는 어려운 동작을 완벽하게 해내는 타고난 재능을 가진 발레리나입니다. 같은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송라희'가 자살을 하게 되면서 그녀가 나노칩 시술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고 제나를 질투하고 시기하는 '소율'에게 제나의 메디컬테스트 파일이 전달되면서 제나의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게 됩니다.

성소희 경상북도교육청칠곡도서관 사서
성소희 경상북도교육청칠곡도서관 사서

이 작품은 청소년들의 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지젤이 되겠다는 하나의 목표를 두고 서로 경쟁하며 느끼는 열등감과 자신에 대한 깨달음. 각양각색의 발레단원들이 방황하고 고민하며 자신이 원하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예술의 진정한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발레에서 '턴아웃' 은 발끝이 몸의 방향보다 바깥쪽을 향하도록 하는 발레의 기본이자 결정적인 동작입니다. 이 동작은 노력보다는 타고 나는 부분이라 책 속의 발레단원들은 유전자 조작과 나노칩 시술로 신체를 바꿔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과학의 힘을 빌린 건 진정한 예술이 아니라고 합니다. 과학기술을 통해 부상 없이 뛰어난 예술적 활동을 관객에게 보여준다면 이 또한 진정한 예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꿈이 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10대 시절이 생각나기도 했고 꿈을 향해 자신의 방식대로 나아가는 발레 단원들의 열정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과연 제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지, 그리고 제나의 비밀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발레리나들이 겪는 어려움을 알고 싶은 분들께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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