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96>밸런스 게임

김동식 지음/ 요다 펴냄

류지현 경북도교육청 안동도서관 사서
류지현 경북도교육청 안동도서관 사서

월 200만원 백수 vs 월 600만원 직장인. 당신의 선택은?

요즘 밸런스 게임을 많이 접해봤을 것이다. 밸런스 게임이란 한가지 선택지를 고르기 어려울 정도로 균형 잡힌 두 선택지 중 무엇을 택할 것인지 게임처럼 해가는 게임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선택지 중 과연 나는 어떤 부분에 초점과 가치를 두어 어떤 선택할 것인가? 동일한 질문을 던져도 개인이 가진 가치관, 생각, 경험을 바탕으로 어느 부분을 소중히 여기고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서 선택은 달라진다. 그 선택이 어느 쪽이더라도 맞고 틀리고의 정답은 없다. 친구끼리 재미 삼아 하는 밸런스 게임은 장난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김동식 작가의 '밸런스 게임'은 극한의 상황에 놓인 한 인간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김동식 작가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공포 게시판에 '복날은 간다'라는 필명으로 10년 동안 공장에서 일하며 상상했던 이야기들을 게시판에 올렸는데, 1년 반 동안 300여 편의 단편소설이 완성됐다. 이 중 몇 편을 묶어 '회색 인간' 등 10권의 책이 됐고, '회색 인간'으로 시작해 '밸런스 게임'으로 끝났다.

온라인 게시판에서 연재되던 이야기들이라 글을 읽을 때 빠르게 스크롤을 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호흡이 짧으면서도 집중할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다.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들이 한정적이라 내용을 이해하기 또한 쉽다. 무엇보다 짧은 글 속에서 감동, 충격, 사랑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고 내가 맞다고 생각해 왔던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22개의 에피소드 중 가장 인상 깊은 에피소드는 '돈이 나오는 버튼을 누를 것인가'이다. 어릴 때부터 강한 인성 교육을 받는 사회에서 자란 아이는 19살이 되던 해, 눈을 떠보니 한 노인이 아이에게 눈앞의 버튼을 누르면 사람을 죽이는 사형집행을 하고 100만원을 받을지 거절할지 선택하라고 한다. 착실하게 인성교육을 받은 아이가 거절하자 100만 원, 1천만원, 1억원으로 가격을 올리며 제시하지만 아이는 또다시 거절한다.

마지막 20억원까지 제안하자 아이는 마지못해 버튼을 누르고 돈 가방을 받고 나온다. 문이 열리자, 운동회처럼 학생과 부모님이 모여있고, 달려온 엄마는 20억원이란 말에 기뻐하고 아빠는 50억원도 됐을 거라며 아쉬워한다. 사실 어릴 때부터 받아왔던 인성교육은 도덕적인 사람일수록 버튼을 쉽게 안 누를 것이고 결국 착할수록 더 큰 돈을 벌게 만들도록 만든 국가복지시스템이었다. 돈 때문에 누군가를 죽여선 안 된다는 가치관은 결국 돈을 더 벌기 위해서 길러진 것인가? 단지 도덕적으로 성장하면 좋은 것인가? 도덕성에 따라 돈을 주는 사회는 옳은 것인가. 이 에피소드를 읽고 머리가 띵해졌다. '밸런스 게임'을 읽으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인간 문제에 대해 고찰을 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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