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영철도 거쳐간 대구교도소, 52년 만에 '화원시대' 막 내린다

1971년 삼덕동에서 화원읍 천내리로 이전
수감자 2천여명 28일 하빈면 신축 대구교도소로 이감
살인·강간범, 거물급 조폭 등 중범죄자 다수 수용
이전 후에는 시민 휴식 공간으로, '문회예술허브' 건립도 추진

대구교도소 운동장. 대구교도소 제공
대구교도소 운동장. 대구교도소 제공

대구교도소가 52년의 '화원' 시대를 이달 28일 마감한다. 한때 전국 최대규모에 가까운 시설로 수형자들을 수용해 사회를 보호하고, 재소자들의 교화와 복귀를 돕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대구교도소는 곧 달성군 하빈면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

◆전국 최대규모 시설

현 화원읍 천내리 소재 대구교도소는 1910년부터 중구 삼덕동에 있던 대구감옥(1923년 대구형무소로 개칭)이 1971년 새 건물을 지어 옮겨간 곳이다.

보안이 철저한 기관 특성상 자세한 현황은 비공개지만 공안사범과 2범 이상 누범자 등을 가둬두는 중구금 교도소로 분류됐다. 살인·강간범, 누범, 거물급 조직폭력배는 물론 비리 정치인·공무원들도 거쳐 가 거쳐갔다.

부지면적(10만5천여㎡)은 전국 교정시설 중 가장 넓은 편에 속한다. 한때 국내에서 서울구치소 다음으로 큰 행형시설이었다.

전국에 몇 안 되는 사형집행시설도 갖춰진 곳이다. 국내 마지막 사형 집행일로 23명을 교수형에 처한 1997년 12월 30일, 서울구치소, 광주교도소와 함께 대구교도소에서 사형이 집행됐다. 올해 3월 기준 사형이 확정된 55명 중 12명이 대구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대구교도소 전경. 매일신문DB
대구교도소 전경. 매일신문DB

◆유영철도 수감, 인권침해 사건도

대구교도소를 거쳐간 주요 수감자로는 유영철(53)이 꼽힌다. 유영철은 2003년부터 2004년까지 노인과 부녀자 21명을 연쇄 살인해 사형을 선고 받고 미집행 상태로 대구교도소에 수감됐다.

다만 지난 9월 법무부가 사형 집행시설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대구교도소 시설이 활용이 어려운 것을 확인, 집행이 가능한 서울구치소로 살인범 사형수들을 대거 이감하면서 대구교도소 생활을 마감했다.

1988년 10월 영등포교도소에서 충남 공주교도소로 이감되던 25명 중 12명이 집단 탈주, 인질극을 벌이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영화 '홀리데이'의 소재가 됐던 '지강헌 탈주사건'때 지강헌과 함께 탈주했던 3명도 대구교도소에서 형기를 채웠다.

대구교도소는 때때로 인권 침해 사건으로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 1986년 8월에는 대구교도소 내 양심수 13명이 일반 재소자들에 대한 구타에 항의하며 단식에 들어갔고, 교도소 측에서 무장 교도관을 투입해 이들을 집단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2018년에는 대구교도소 내 수감된 HIV 감염인 3명이 교도관과 동료 수감인들에게 HIV 감염 사실이 알려져 차별을 받았다고 호소, 인권위로부터 재발 방지를 위한 '인권 침해 및 차별 예방교육' 강화를 권고 받기도 했다.

대구교도소 수용거실. 대구교도소 제공
대구교도소 수용거실. 대구교도소 제공

◆하빈시대 개막

법무부는 2008년부터 화원읍 대구교도소에 대한 이전 계획을 수립했고 2016년에 국비 1천851억원을 들여 하빈면 신축 교도소 착공에 들어갔다. 2021년 6월 만 50년을 채우고 이전을 완료할 예정이었으나 신축 교도소 배수시설이 미비해 일종의 저류 탱크인 '유량 조정조' 설치를 하는 과정에서 이전이 지연, 수감자 2천여명의 화원 생활도 2년 반 정도 더 길어졌다.

하빈면 감문리 일원에 지은 대구교도소는 지하 1층, 지상 3층에 건축 연면적 6만1123㎡ 규모다. 내부에는 청사·수용 동과 비상대기소(79가구) 등 총 28개 동이 들어선다. 교정시설과 함께 건립된 다목적 시설 체육관과 테니스장·운동장은 지역 주민에게도 개방할 예정이다.

화원 대구교도소 후적지 역시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변신을 추진한다. 산책로, 쉼터, 휴게공간, 공연마당, 잔디광장, 문화체험공간 등 시민들이 편하게 찾아와서 쉬고 즐길 수 있는 쉼터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공약인 국립근대미술관과 국립뮤지컬콤플렉스 등 문화예술허브 건립도 추진 중이다. 대구시는 내년에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2025년 예비타당성 조사, 2026년 기본 및 실시설계, 2027년 착공, 2028년 준공과 개관을 목표로 대통령실,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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