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예공화국]<2>마약 연루 연예인, 방송 출연정지 5년? 3년?

방송국 출연정지 사유 1위 마약(24명), 2위 성범죄(14명), 3위 음주운전(12명)
반듯한 이미지 이선균 ‘의외의 충격’, 유아인 ‘토탈 마약 섭렵자’
법률 전문가들 “연예인 마약사범, 징역형으로 엄벌해야”

대한민국은 연예공화국이다. 전 국민이 연예인(셀럽)에 열광하고, 어릴 때부터 꿈이 대다수 '연예인'이다.
대한민국은 연예공화국이다. 전 국민이 연예인(셀럽)에 열광하고, 어릴 때부터 꿈이 대다수 '연예인'이다.
마약 연루 범죄 혐의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대표적 연예인들. 왼쪽부터 이선균, 전인권, 유아인.
마약 연루 범죄 혐의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대표적 연예인들. 왼쪽부터 이선균, 전인권, 유아인.

요즘 터지는 마약 관련 사건사고들을 보면,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 지위를 박탈당한 것이 당연하다. 연예인 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마약에 취해 운전을 하다 이상행동(?)을 하다 경찰에 붙잡히는 경우와 주거지 인근에서 팬티 바람으로 돌아다니다 신고를 당하고 체포되는 영상도 손쉽게 찾아보 수 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한탄마저 들 정도다.

톱스타급 연예인들의 마약 소식은 연예계의 핫 특종이 되었다. 특히 인기 영화배우 유아인에 이어 톱배우 이선균의 마약 스캔들은 한동안 이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적발되지 않았을 뿐 아직도 도처에 마약을 하는 연예인들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올해 3월 지상파 및 종편, 케이블 등 방송출연 정지의 경우 그 사유가 마약이 24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성범죄 14명, 음주운전 12명, 노출 9명, 경제사범 5명, 도박 4명 순이었다. 하지만 출연정지는 각 방송사마다 자체 규정에 의해 결정된다.

2019년에는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연예인들의 출연을 금지하도록 한 '방송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으나, 논란 끝에 회기 만료로 폐기되기도 했다.

21대 국회에서 마약 연루 연예인에 대한 출연금지를 3년 또는 5년으로 전 방송국에서 공통으로 적용하는 강제성 있는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범람하고 있는 연예인들의 마약 근절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재출석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배우 이선균(48). 연합뉴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재출석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배우 이선균(48). 연합뉴스

◆돈 스파이크, 유아인, 이선균, 지드래곤 등

유명 가수와 배우 등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잘 나가는 톱 연예인들의 마약 스캔들은 이어지고 있다. '다음은 또 누구일까?' 암울한 기대감(?)마저 들 정도다. 지난해에는 9월쯤 돈 스파이크(작곡가 겸 사업가)가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마약류(필로폰)를 소지 및 투약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검찰은 2021년 말부터 4천500만원 상당의 마약을 9번 구매한 후 14번을 투약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7번 가량 나눠줬음을 확인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집행유예,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올해는 더 많이 알려진 다소 의외라는 인물들이 마약 연예인 주요 헤드라인으을 장식했다. 유아인은 영화 '베테랑'에서 코로 마약을 흡입하는 장면이 데자뷰 현상을 일으키며, "그게 연기가 아니라 실제였다"라는 비아냥마저 듣고 있다. 현재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진 유아인은 대마를 비롯해 프로포폴, 코카인, 졸피뎀, 케타민 5종을 비롯해 향정신성 의약품인 '미다졸람'과 '알프라졸람' 등 마약 종합세트를 섭렵하다시피 했으니, 혀를 내두를 일이다.

마약과는 전혀 거리가 멀어보이는 이선균의 마약 스캔들은 전 국민이 믿기 힘들 정도로 충격 속 의아심을 자아냈다. 마약 투약에 대해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술집 마담에게 속았든, 알고 가담했든 마약 스캔들에 연루된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여진다. 연예 관련 호사가들은 "과거 이병헌도 젊은 여성들을 집으로 불러 스캔들을 일으켰지만 마약이 아니라 잘 무마할 수 있었는데, 이선균은 고약하게(?) 일단 마약과 엮이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의 경우 일반 대중의 시선은 실제 머리카락과 신체 일부(손발톱 등)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자 "뭐 어떻게 된거냐?", "마약 성분 검출 안 되게 하는 특효약이 있나?" 등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수사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4월 검찰, 경찰, 관세청 직원으로 구성된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은 "국민의 안전과 사회를 좀먹는 마약류를 척결하기 위해 강력한 단속을 지속할 것"이라며 "특히 연예인들의 마약 사건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20세기 대마초 연예인의 아이콘 같은 존재 가수 전인권. 출처=SPN
20세기 대마초 연예인의 아이콘 같은 존재 가수 전인권. 출처=SPN

◆과거 마약(대마초) 연예인들 조용필, 전인권, 김태원 등

마약 연예인 파동으로 나라를 시끄럽게 만든 1세대 연예인 중에는 조용필 등이 있다. 이 당시에는 전부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를 받았으며, 자숙한 후에 복귀에 큰 문제없이 연예활동을 이어나갔다. 전인권 가수는 대마초 합법화를 주장했을 뿐 아니라 배우 김부선은 2004년 "대마초 흡연을 막는 건, 개인의 행복추구권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 심판제청을 하기도 했다.

1975년 조용필과 신중현이 대마 흡연 혐의로 구속된 것을 시작으로, 전인권은 1987년부터 2008년까지 대마 및 필로폰 흡입 혐의로 총 5차례나 구속됐다. 이후 그룹 부활의 기타리스트 김태원이 1987년과 1991년 두 차례 입건됐다.

톱스타급 연예인들의 대마초 흡연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1990년대에는 가수 이승철을 비롯해 배우 박중훈, 코미디언 겸 MC 신동엽 등이 대마초 사건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21세기 이후에는 가수 강산에와 싸이 등이 대마 흡연으로 큰 사회적 비난을 자초했다. 그리고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일명 우유주사)이 대마초를 대신한 연예인 공식 마약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만연하게 퍼졌다. 톱 영화배우 하정우과 주지훈, 방송인 에이미, 배우 이승연, 박시연, 가수 가인, 휘성, 래퍼 라플라, 이센스, 루피 등이 마약 상습 및 불법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과거 10년 전과 달리 최근 10, 20대 마약사범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10년 전과 달리 최근 10, 20대 마약사범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예인들 때문에 일반 시민까지 '마약불감증'

연예인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꿈이기도 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이 우러러보는 표상(롤 모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 선한 영향력을 미쳐야 하고, 이 사회를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야 하는 도덕적 의무감도 가져야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일 마약, 성추문 등 추악한 소식만 전하고 있다. 이 나라가 연예인들로 인해 더 어두워지고 있다.

널리 알려지지지 않았지만 연인 사이였던 남태현 가수와 '하트시그널3'에 출연했던 배우 서민재도 필로폰 투약 양성 반응이 나왔다. 지난해 8월 서민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남태현이랑 나 뽕쟁이"라는 게시글을 올린 후, 이를 본 네티즌의 신고로 경찰수사를 받게 됐다.

이 나라에 마약사범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사실도 경각심을 일깨운다. 2020년 이후 한해 평균 1만8천명의 마약사범이 적발되는데, 전문가들은 적발되지 않은 사람이 몇 배는 더 많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10대, 20대의 증가 추세도 무섭다. 10여 년 전에는 전체 마약사범의 8% 정도에 그쳤지만, 2021년 들어 34.2%로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조항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조항

◆연예인 마약사범 "징역 5년 이상" 중징계해야

중국이나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마약사범, 특히 유통하는 이들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바로 집행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도 예외가 없다. 대한민국 국적으로 중국에서 베트남에서 마약 관련 사형선고를 받고, 유명을 달리한 이들도 적지 않다.

대한민국이 마약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려면, 국민들의 바로미터가 되는 연예인 마약부터 엄벌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집행유예나 벌금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물쩡 대중 곁으로 다가온다. 방송에서도 출연 제재에 대해 고무줄 잣대가 적용돼, 연예인별로 천차만별이다. 어떤 마약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키고도, 짧은 기간 안에 복귀하는 등 들쑥날쑥한 사례도 적지 않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억제에 영향을 주는 3가지 요소인 엄격성, 확실성, 신속성에 대해서 언급하며, "현재 연예인이나 일반인의 마약 범죄에 관해 3가지 모두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며 "특히 엄격성에 있어서 솜방망이 처벌은 마약 범죄자의 재범 가능성을 높인다"고 전했다.

법무법인 '함지' 윤자빈 변호사도 "일반적으로 관련 범죄를 줄이려면 집행유예보다는 실형을 선고하고, 큰 금액의 벌금형을 선고하는 것이 큰 효과를 발휘한다"며 "재판부도 연예인들이 호화 변호인단을 꾸리더라도 더 중하게 죄를 다스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 시각도 있다. 마약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이 정해진 법의 테두리에서 죗값을 치른다면 복귀하는 것이 오히려 마약 범죄 근절에 일조한다는 견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법에 정해진 처벌을 받고 난 다음 충분히 잘못에 대해 뉘우치고 성찰한다면 현장으로 복귀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오히려 복귀해 마약 근절 활동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면 궁극적으로 마약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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