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다섯 딸들 긴머리 직접 땋아 주시던 다정했던 아버지

임미랑 씨의 아버지 故 임승주 씨

부친 임승주(뒷줄 오른쪽 첫번째) 씨와 자녀들의 모습.임미랑 씨 제공

너무나도 갑작스런 아버지와의 이별에 모든 일상이 멈추어 버렸습니다. 마음이 먹먹하고 아립니다. 아직까지도 살아계신 것만 같습니다. 아버지 부재는 그립고 잘해드리지 못한 깊은 후회이고 아쉬움입니다.

건강하셨던 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3주가 되어갑니다. 가장 빛나고 푸른 가을날 정오에 90세의 연세로 돌아오실 수 없는 나라로 가셨습니다. 어머니 4주기 기일날을 지내시고 일주일 후에 어머니 곁으로 가셨네요.

멋쟁이시고 깔끔하셨던 아버지께서는 패션디자이너이셨지요. 자식들에게는 세심하시고 항상 자상하셨습니다. 시골에서 자라셨지만 일찍이 양복 기술을 배우시고 도시에서 생활을 하시던 중 어머니와 3년 만남 끝에 결혼을 하셔서 딸 다섯과 끄트머리에 아들 둘을 낳으셨습니다.

아버지와의 유년시절 추억이 생생하게 생각납니다. 어릴적 한옥 집에서의 단란하고 웃음꽃이 가득한 따스했던 봄날이 몽글몽글 피워납니다. 마당에는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던 꽃나무들을 가득 심으셨고 향기가 온 동네에 가득했습니다.

한옥 마루에서 어머니께서 해 주셨던 쑥버무리를 먹으며 칠 남매가 웃고 재잘거리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셨던 아버지의 따스한 미소가 보고 싶습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셔서 우리들의 교복을 깨끗하게 다림질을 해 주셨던 아버지의 손길이 그립습니다. 다섯 딸들의 긴머리를 양갈래로 직접 다정스런 손길로 땋아주시고 빗겨주셨지요. 그 사랑하는 마음에 감사합니다.

왼쪽부터 임미랑 씨의 딸, 부친 임승주 씨, 모친 박현님 씨.임미랑 씨 제공

주름 치마, 원피스도 손수 해주신 덕분에 딸들도 멋쟁이가 되었답니다. 가을 소풍날이면 우리보다 더 설레하시며 계란 노른자로 정체모를 도시락을 싸주시곤 했던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다시 느껴봅니다. 참 다정한 아버지셨어요. 겨울 눈길에 신발이 젖어 집에 들어오면 연탄불가에 줄줄히 세워놓으시며 말려주시던 아버지의 따스한 온기가 생각납니다. 온가족이 바다여행을 갔을때 지는 노을을 바라보시며 '인생은 기차안에서 바라보는 창문 밖 풍경처럼 휙 지나가버리더라'라며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말 다시 새기겠습니다. 추억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지금은 아버지께서 안 계신다는 현실에 마음이 도려내는듯 아픕니다. 한번이라도 더 찾아뵙고 손도 잡아드리고 여행도 많이 모시고 다니지 못한 후회 뿐입니다. 어느 날 아버지 일상이 도려낸듯 제 곁에서 사라졌지만 친정집에 들어서면 좋아하시는 아버지 정겨운 말소리와 재봉틀소리가 여전히 들리는 듯 합니다. 아버지 작업장에 덩그러니 남겨진 재봉틀과 기름내음에 깊은 울음을 한바탕 쏟았습니다. 아직도 그 곳에는 아버지의 온기가 가득합니다.

아버지께서 즐겨 부르시던 사랑도 나그네라는 노래가 들립니다. 딸들과 함께 부르던 때가 엊그제였는데 이젠 아버지 음성도 들을 수가 없습니다. 숨그네를 구르며 들숨날숨을 내쉬며 그리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심해질수록 더욱 더 아버지가 곁에 계신 듯 합니다. 아버지 참으로 보고 싶습니다.

딸 많은 집 아버지께서는 평생 딸들 걱정으로 살아내신 인생이셨습니다. 아버지의 그 걱정 덕분에 다섯 딸들은 불편 없이 잘 크게 되었죠. 그 중 둘째 딸이 마음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물어봅니다. 아버지의 화양연화는 언제였을까요.

사랑하는 아버지.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많이 그립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어머니와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길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매일신문이 함께 나눕니다. '그립습니다'에 유명을 달리하신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밖의 친한 사람들과 있었던 추억들과 그리움, 슬픔을 함께 나누실 분들은 아래를 참고해 전하시면 됩니다.

▷분량 : 200자 원고지 8매,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 1~2장

▷문의 전화: 053-251-1580

▷사연 신청 방법
1.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혹은 매일신문 홈페이지 '매일신문 추모관' 배너 클릭 후 '추모관 신청서' 링크 클릭

2. 이메일 missyou@imaeil.com

3. 카카오톡 플러스채널 '매일신문 그립습니다' 검색 후 사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