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디어 마이 오페라

백재은 지음 / 그래도봄 펴냄

오페라. 양파같은 매력이랄까. 처음 접할 때는 대단히 낯선 무대에 낯선 음악들과 스토리지만, 보면 볼수록 빠져들고 모든 걸 집대성해 낸 백과사전 같은 묵직함이 있다.

단순히 음악 만이 아니다. 무대 세트와 연출, 성악가와 합창, 여기에 오케스트라까지 함께 조화롭게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최고의 오페라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봐도 봐도 질리지 않고 보면 볼수록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있는 종합 예술 장르가 바로 오페라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이드북이 필요하다. 여행을 떠날 때 지도와 안내 책자 혹은 구글링, 인스타그램 서치 등이 필요하듯 조금은 친절한 가이드를 동반한다면 이 까다로운 오페라와 조금 쉽게 친해질 수 있다.

"오페라에는 평범한 이야기가 없어. 언제나 일상을 압도하는 이야기가 소재가 되지." 책 속의 문장처럼 특히나 온갖 고난 끝에 삶이 피어나거나, 반대로 인생의 모서리로 몰려 비극을 맞이하는 사연 등 희로애락의 극치를 담아내는 경우가 많은 오페라를 이해하는데는 배경 지식이 필수적이다.

'디어 마이 오페라'의 저자인 백재은은 '한국의 카르멘'으로 불리며 국내외 굵직한 공연과 오페라 무대에 서 온 메조소프라노이자, 평화방송 클래식 라디오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에서 '백재은의 행복한 오페라' 코너를 맡아 청취자와 만나고 있다.

비제가 작곡한 오페라 카르멘은 소프라노가 아닌 메조소프라노가 주인공을 맡는 대표적 오페라로, 카르멘 배역을 맡는 자야 말로 최고의 메조소프라노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그녀가 웅장한 배경의 오페라 무대에서 구두조차 벗어버린 채 맨발로 부르는 '하바네라'를 들으면 왜 '한국의 카르멘'이라 불리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수많은 무대에서 최고의 음악과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 혹은 청취자들에게 더 많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 공부했던 역사와 문학, 당시의 시대적 역사적 배경, 그리고 작곡가들의 사적인 사연들까지 낱낱이 공부했다. 아는 만큼 보이고, 그만큼 더 몰두해 배역을 소화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그녀가 접한 수많은 오페라 작품 중 11편을 골라 익히 알려진 오페라에 대해 익히 알려진 이야기부터 시작해 그녀의 개인적인 사연까지 곁들여가며 매우 사적이면서 매혹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특히 장마다 수록된 QR코드를 통해 저자가 추천하는 영상을 함께 감상하다보면 책이란 한계를 넘어 오페라와 한층 더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다.

저자는 "오케스트라의 유려한 연주, 성악가의 연기와 노래로 무대 위에서 보고 듣다 보면 한 인간을 압도하는 세상사의 감각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삶의 희로애락을 이해하게 된다"면서 "'아 저 무대 위에 우리 이야기가 있구나.' 비극의 한켠 역시 바로 우리네 삶이라는 것을, 그것이 꼭 절망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296쪽, 1만9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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