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전시디자인, 미술의 발견

김용주 지음/ 소동 펴냄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전시 디자이너'. 전시 디자이너는 미술 작품에 스토리를 입히는 디자이너라고 생각하면 쉽다. 전시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전시가 되면 작품은 맥락을 갖게 되고, 그 전에는 눈여겨보지 않았던 미술 요소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또한 작품을 작가의 삶, 생애와 연결시켜 볼 수 있게 눈을 넓혀주는 것도 전시 디자이너의 몫이다.

이 책을 쓴 이는 국립현대미술관 공채 1호 전시 디자이너다. 현재 덕수궁관에서 펼쳐지고 있는 화제의 전시 장욱진전을 비롯해 몇년 전 큰 주목을 받았던 이중섭전, BTS RM이 헌정 앨범을 만들 정도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던 윤형근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등 수많은 전시를 디자인했고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에서도 여러 차례 수상했다.

저자는 직접 참여하고 진행한 전시들을 바탕으로, 전시를 만드는 과정 속에 펼쳐지는 다양한 감각과 사유, 난관 극복 과정, 그 속에 숨은 전시 디자이너의 고민과 창조적 과정을 풍부하고 깊게 얘기한다.

특히 현실적으로 마주한 여러 한계 속에서 발상을 전환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 돌파구를 만들고 전진한 얘기들도 흥미롭다. 그 중 하나는 온도를 디자인한 얘기다.

저자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30주년 특별전 당시, 과천관의 미래 30년을 보여주는 온라인 전시 '상상의 항해'의 오프라인 홍보관을 만들어야 했다. 그는 홍보관 장소로 유리로 된, 잘 사용하지 않는 꼭대기층의 통로를 제안했지만, 즉각적인 반대에 부딪힌다. 여름이면 비닐하우스 안처럼 뜨거워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낸다. 관람객들이 통로를 진입하기 전부터 온도를 감지하게 하자는 생각이 들었고, 유리창에 붉은 셀로판 시트를 붙인 것.

그 결과 불과 15m 길이의 이 작은 통로 공간은 전시 동안 수많은 관람자들에게 가장 인상 깊고 흥미로웠다는 평가를 받았고, 독일 디자인 어워드, 아시아 디자인 어워드 등 출품한 국제 어워드를 모두 휩쓸었다.

이 책은 이처럼 저자의 디자인 철학과 함께 전시 디자인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작품이 어떻게 스토리를 입게 되는지 알 수 있는 책이다. 미술 작품을 보는 안목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320쪽, 2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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