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스님 추가 유언장 공개 "함께 못해 죄송, 종단 미래 챙겨달라"

은정불교문화재단 숙소에서 유서 여러장 발견
소신공양 배경에 관한 내용은 없어…
조계종 "깨달음의 세계 추구하신 것"

조계종 대변인 기획실장 우봉 스님이 1일 오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회의실에서 조계종 전 총무원장 해봉당 자승 대종사의 유언장을 공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화재로 입적한 자승 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의 유서가 추가로 나왔다. 소신공양의 배경을 언급한 내용은 없었으나, 조계종은 종교적 차원에서 이뤄진 수행자의 선택에 무게를 실었다.

조계종에 따르면 자승스님의 유언서 여러 장이 1일 자승스님 거처에서 확인됐다. 조계종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해봉당 자승 대종사 유언장 공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자승 스님의 유언장 일부를 공개했다.

자승 스님은 이 유언장에 "총무원장 스님께"라고 적은 뒤 "끝까지 함께 못해 죄송합니다. 종단의 미래를 잘 챙겨주세요"라고 했다. 이어 "상월선원과 함께 해주신 사부대중께 감사합니다. 우리 종단은 수행종단인데 제가 여러 소임을 살면서 수행을 소홀히 한 점을 반성합니다"라고 적었다.

1일 오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회의실에서 공개된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유언장 일부. 연합뉴스

아울러 "탄묵, 탄무, 탄원, 향림"라고 쓴 뒤 "각자 2억씩 출연해서 토굴을 복원해주도록"이라고 당부한 뒤 "25년도까지 꼭 복원할 것"이라고 시한도 적었다. 탄묵, 탄무, 탄원, 향림은 자승스님의 상좌(제자)스님들의 법명이다. 조계종은 이 메시지가 화재로 소실된 칠장사 복원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이날 브리핑에 따르면 유언장에는 자승 스님의 소신공양 배경에 대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브리핑을 진행한 우봉 스님은 "소신공양과 관련된 내용은 없는 걸로 안다"며 "(유언장은) 머물던 은정불교문화재단 숙소에서 발견됐다"고 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은 "(자승스님이) 정토 극락 니르바나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를 항상 추구하셨기 때문에 그런 순간을 스스로 맞이하셨다고 생각한다"며 "상대적인 세계에서 벗어난 절대 피안의 세계로 깨달음의 성취를 하신 것 같다. 그 이상 그 이하, 덧붙이거나 왈가왈부할 문제가 이제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은 자승스님의 입적 경위와 동기 등에 관해 여러 의구심이 제기되는 가운데 종교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수행자의 선택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