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기계에 들어가자 클래식 음악이 시작된다. 그리고 양쪽에서 물이 뿌려지며 털을 조금씩 적신다. 고상한 선율 덕분일까. 강아지가 편안히 물줄기를 즐긴다. 그때 샴푸가 자동으로 공급된다. 충분한 거품이 만들어지면 다시 물이 뿌려지고 샴푸가 완전히 헹궈진다. 마지막으로는 자동건조 시스템. '위-잉' 따뜻한 바람이 나오자 강아지 털에서 뽀송뽀송 윤기가 난다.
"저도 강아지를 두 마리나 키우고 있습니다. 강아지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죠. 이 기계는 강아지 우선으로 만들어 졌어요. 이 녀석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는 거죠" 삼안전자 안상희 대표가 반려동물 자동 목욕 기계를 자신 있게 내보인다. 삼안전자가 개발한 강아지와 고양이를 목욕시킬 수 있는 'Dog Bath'는 세계 최초 유럽(CE) 품질 인증을 받았다.
음주단속 장비 국산화에 성공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던 삼안전자가 반려동물 사업에 뛰어든 데에는 안 대표의 남다른 반려동물 사랑이 깔려 있다. "반려동물 양육에 있어서 가장 힘든 것이 목욕이더라고요. 실제로 저희 강아지들은 목욕을 참 싫어했어요. 그래서 목욕 시간만 되면 저도 강아지도 진이 다 빠지더라고요.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위한 기계가 없을까? 없다면 우리 회사에서 한번 도전해 보자!' 그리고 예산을 과감하게 투자했죠"
개발 과정의 일등공신은 안 대표의 반려견 2마리다. "반려견과 함께 기계를 사용해 보면서 많은 것을 보완해 나갔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희 강아지들이 무상으로 임상실험에 참여해줬네요(웃음)" 샤워 기능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도 반려견 2마리. "처음에 물을 위에서 쏘니까 아이들이 싫어하더라고요. 발 네개 동물은 구조적으로 (물을) 피할 수 없을 때 겁을 먹더군요" 물통에 물을 채우는 방안도 적용해 봤다. 하지만 물이 배까지 차오르자 안 대표의 반려견은 극도의 불안감을 나타냈다.
"그렇게 하다 개발된 것이 양쪽에서 물을 쏘는 시스템이에요. 좌측과 우측 샤워기가 1초-3초-5초순으로 짧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물을 내뿜는 거죠. 양쪽에서 물줄기가 나오자 그제서야 반려견들이 편안해 하더라고요. 고개를 좌우로 까따까딱대기도 하고요. 몇번 더 적응하자 목욕을 즐기기까지 하더라고요. 참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여담으로 안 대표는 요양원 목욕 기계도 출시 예정이다. 강아지용이 아닌 사람용인 것. 이 기계는 물을 양옆에서 쏘는 것이 아니라 아래 위로 쏜다. "사람은 위 아래, 강아지는 좌우. 물 쏘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잖아요. 강아지는 사람과 완전히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거죠. 이 기계는 정말 반려동물만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우리 반려동물들이 편안하게 목욕을 즐겼으면 하는 마음으로요"
기술 개발 이후에도 3년 이상의 시험 단계를 거쳤다. '원조 개통령'으로 불리는 이웅종 교수에게도 찾아갔다. "기계를 싣고 이 교수님이 계시는 용인까지 갔었어요. 반려동물에 관해서라면 제일 잘 아시는 분이니까요. 농장에서 테스트도 하고 여러 조언을 들었어요. 실제로 이 교수님의 피드백이 많이 반영됐어요. 디자인 관련 아이디어도 많이 내주셨고요.이 교수님이 상당한 기계라고 엄지를 치켜 주셨을 때, 개발하느라 고생했던 것들이 한순간에 싹 내려갔습니다"
더 나은 반려동물 목욕기계를 위해 삼안전자는 지금도 분주히 움직인다. "어찌됐든 이게 기계이다 보니 소비자들이 안전 문제에 걱정 하실 거라 생각해요. 매번 손으로 씻겨주던 강아지를 기계 안에 넣는 게 조금 두려울 수도 있다는 거죠. 그래서 목욕 기계에 보험을 적용 시키는 과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목욕을 하다 다치거나 문제가 생길 경우에 대비한거죠. 물론 안전에 대해선 100% 장담합니다. 제가 책임질게요 (웃음) "
기계에서 나오는 샴푸도 일반 샴푸가 아니다. 삼안전자와 대구한의대가 함께 연구해 탄생한 반려동물 전용 샴푸다. 반려동물의 목욕은 이제 씻기는 단순한 청결 유지를 넘어, 피부 건강 및 관리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커졌다. 이에 삼안전자와 대구한의대는 국내외 여러 반려동물 샴푸 장단점을 비교 분석하여 반려동물과 반려인 모두가 만족할 만한 샴푸를 출시했다.
"특히 샴푸와 헹굼은 1·2차로 나눠 진행됩니다. 두 차례에 걸쳐 씻어주니 청결을 오래 유지할 수 있죠" 건조 기능이 끝나면 별도의 타올링도 필요 없다. 35~38도에 맞춘 자동건조 시스템이 반려동물의 털을 완벽하게 말려 주기 때문. 이 모든 과정에는 '이왕 하는거면 제대로 하자' 라는 안 대표의 철학이 반영됐다. "목욕하는 과정 중 하나도 허투루 만든 게 없습니다. 만 5년을 제가 아침 6시에 출근해서 밤 11시에 퇴근을 했어요.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그렇게 안 대표는 '제대로 된' 목욕 기계를 개발했다.
"먼지나 진드기를 에어로 날려주는 에어샤워 기능도 있습니다. 간단한 산책 이후엔 이 기능을 사용하면 되죠. 매일 목욕이 힘든 반려동물들을 간단한 에어샤워를 통해 미세먼지를 털어줌으로써 청결은 물론 건강까지 챙기는거죠. 바쁜 현대를 사는 반려인들에게 참 인기가 좋아요. 저도 애용합니다(웃음)" 러닝모드 기능도 있다. 기계 바닥에 로러를 설치. 강아지가 걸으면서 목욕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반려동물이 지루해하지 않길 바라는 안 대표의 마음이 듬뿍 담겼다.
한편 삼안전자는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 진출 준비도 하고 있다. 베트남에 공장을 세워 생산 공정을 확립했다. "실제로 이 기계에 대해 세계적으로 평이 좋아요. 반려동물 문화가 더 발전한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옵니다. 반려동물·반려인의 편의를 넘어, 기술의 세계화로 국내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취재가 끝나고 안 대표에게서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사진 속 안 대표는 반려동물 자동목욕 기계 안에 들어가 있다. 기자는 순간 웃음이 빵 터졌다. 그러나 이내 안 대표가 강조했던 말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기술 개발의 모든 과정에서 '강아지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강아지는 무엇을 제일 좋아할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직접 강아지가 돼 보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이 기계도 만들 수 있었던 겁니다. 기업 대표로서가 아니라 강아지 두마리 가진 반려인으로서 고민했던 흔적들에 주목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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