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모차 끌던 경찰의 '촉'…보이스피싱 추가 피해 막았다

A씨에게 상품권 카드 구매 이유 묻는 유창욱 경사. 연합뉴스
A씨에게 상품권 카드 구매 이유 묻는 유창욱 경사. 연합뉴스

쉬는 날 유모차를 끌고 집 앞에 나왔던 경찰관이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발견해 피해를 막은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8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광교지구대 소속 유창욱 경사는 휴무일이던 지난 10월 29일 오후 6시 30분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화성시 봉담읍에 있는 집 앞에 나왔다가 수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편의점 앞 벤치에 앉은 한 젊은 남성 A씨가 다량의 상품권 카드를 정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심히 A씨의 모습을 살펴보던 유 경사는 20여분 뒤 A씨가 또 다른 편의점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범죄와 연루됐음을 직감해 유모차를 끈 채 편의점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갓 성인이 된 A씨는 상품권 카드 200만원어치를 또 구매하려던 찰나였다. 유 경사는 경찰임을 밝힌 후 A씨에게 구매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A씨는 "검찰 관계자가 전화로 사기 범죄의 공범으로 의심되니 계좌가 동결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상품권 카드를 사서 코드를 보내라고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A씨는 이미 앞서 들렀던 편의점에서 150만원어치의 상품권 카드를 사 코드를 전송한 상황이었다. 자초지종을 듣고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임을 확인한 유 경사는 남성의 추가 구매를 막은 뒤 즉각 112에 신고했다.

유 경사는 "처음엔 남성을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의심해 뒤를 쫓았는데 알고 보니 피싱 일당으로부터 피해를 보는 중임을 확인했다"며 "아이와 함께 있었지만, 범죄에 연루됐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을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고 말했다.

A씨 유 경사 덕분에 사기 범죄에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이튿날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추가 피해를 막아 준 유 경사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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