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절반 세대가 온다

한국일보 창간기획팀 지음/ 현암사 펴냄

1970년대 100만명이었던 출생아 수가 2002년 통계 집계 사상 처음으로 40만명대로 감소했다. 2002년에 태어난 그 절반의 인구가 이제 성인이 돼 사회에 나오게 됐다.

이 책에서는 이들을 '절반 세대'라고 부른다. 모든 것이 이전 세대의 기준에서 빚어진 사회 속에 살아가는 이 절반 세대는 어떤 생각으로, 어떤 미래를 그려가고 있을까?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94년생 최나실 기자는 "내 또래 중 '아이를 낳고 싶다'고 말하는 이는 별종이다"라고 말한다.

그 이후 세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를 보면 2022년 청년 여성 3명 중 2명(65.0%), 청년 남성 10명 중 4명(43.3%)은 결혼을 해도 아이는 필요 없다고 봤다. 젊은 층의 인구가 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은 지금부터 아이를 많이 낳는다고 해서 결코 바뀌지 않을, 이미 확정된 현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책은 지금 세대에게 아이를 낳으라는 책임을 안겨주는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다. 지은이들은 이 문제를 논의하는 화자(話者) 자체에 오류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얘기와 진단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미래 세대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기획 방향은 바뀌어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청년 세대가, 미래의 목소리로 써내려간 인구 위기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가족, 직장, 연금, 병역 등 지금 우리 사회를 둘러싼 요소와 인구 문제를 연관 지어 현실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절반 세대가 우리 사회에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우리 사회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살 만한 사회인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다양성과 개인의 행복을 존중하지 않는 정책으로 한국 사회가 가진 기존의 낡은 틀을 뜯어고치지 못한다면, 재정적인 지원과 상관 없이 출생률은 올라가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다양한 자료와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취재한 생생한 자료를 통해 인구 절벽 앞에 선 우리가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236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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