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영일만항 '북극 항로 거점' 지금 인프라론 안된다

정부 차원 대규모 투자 따라야
러·유럽 잇는 '해양 실크로드'…온난화·기술 발달로 선점 시급
2차전지·철강 물류 필수 시설…물동량 확보 총선 공약 걸어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영일만항 포항국제컨테이너터미널이 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영일만항 포항국제컨테이너터미널이 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경북 포항 영일만항을 글로벌 해상운송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꿀 '북극 항로'(Northern Sea Route) 거점항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극 항로의 잠재력을 고려해 만들어진 영일만항은 대구경북은 물론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원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았지만 중앙정부가 인프라 개선을 외면하면서 물동량이 좀처럼 늘지 못하는 등 실상은 거꾸로 가고 있다.

특히 영일만항은 포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2차전지 업체의 원활한 물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이에 따라 지역에서는 영일만항 활성화를 위해 주요 정당들이 대규모 투자와 지원을 내년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야 한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북극 항로에 대한 기대는 지난 10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더욱 높아지고 있다.

당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북극 항로 개발에 많은 국가의 참여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후 북극 항로 개발은 세계적인 화두로 떠올랐고, 국내의 관심은 영일만항으로 향했다.

'꿈의 해양 실크로드'로도 불리는 북극 항로가 뚫리면 중국~일본~한국~러시아~유럽을 잇는 화물선의 지름길이 생긴다. 인도양~수에즈 운하~지중해의 기존 항로와 비교해 운항시간 및 비용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

북극 항로는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줄어든 데다 쇄빙 기술도 발달하면서 앞으로 글로벌 해상운송의 판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영일만항과 함께 부산항, 강원 동해항 등이 거점항 후보로 꼽힌다. 이 가운데 영일만항은 포항의 2차전지 산업, 포스코의 철강 화물, 대구경북신공항과 연계한 복합물류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영일만항 운영사와 투자자들은 웃지 못하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최근 5년 영일만항 물동량은 1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를 유지하다가 코로나19 사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반토막 났다.

이곳 물동량은 2018년 11만6천145TEU, 2019년 11만9천892TEU, 2020년 9만7천477TEU, 2022년 5만8천697TEU 등으로 계속 내리막이다. 올해의 경우 11월까지 6만3천375TEU로 전년 대비 소폭 늘었지만 10만TEU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

현재 만성 적자 상태인 영일만항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손익분기점인 연간 20만TEU 물동량을 확보해야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영일만항을 운영하는 포항영일만항㈜(PICT)는 매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해 자본금이 바닥났다. 경북도와 포항시 지원금으로 겨우 버티는 실정이다.

PICT 관계자는 "영일만항이 북극 항로 거점항으로서 대구경북 성장동력이 되려면 지금의 인프라로는 절대 안 된다"며 "지역 산업의 원활한 물류를 돕고 장기적으로 북극 항로를 준비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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