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In] 파격적인 저출산 해법 나오나…한국은행 보고서 파장 커

◆한국은행 보고서 이후 각 부처 긴급회의, 대책 마련 분주…연초 발표할 듯
◆11조원 규모의 예산 마련해 파격적인 현금 지원에 나설 듯
◆수도권 집중, 교육 문제 등 사회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까지 거론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저출산 대책에 대한 근본적 전환을 시사한 가운데 26일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의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저출산 대책에 대한 근본적 전환을 시사한 가운데 26일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저출산 보고서(매일신문 12월 10일 보도)의 파장이 적지 않다. 관련 기관 및 부처가 긴급회의를 잇따라 개최하고, 후속 대책도 내놓고 있다. 정부는 내년 초에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1~2025년) 수정안을 발표하며 출산율을 끌어올릴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한은 보고서는 각종 정책 수단을 활용해 경제·사회·문화 분야 등 6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이를 충실히 따를 경우 출산율이 최대 0.845명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이었다. 보고서 제안대로라면 최대 1.6명까지 출산율을 늘릴 수 있다.

6가지 정책 제안을 효과 순서에 따라 살펴보면 첫째, 도시인구 집중도(인구밀도×도시인구 비중·431.9)를 OECD 평균(95.3) 수준으로 낮추면 출산율 0.41명 증가한다. 둘째, 혼인 외 출생아 비중(2.3%)이 OECD 평균(43.0%)으로 상승하면 출산율이 0.16명 증가한다. 셋째, 청년층(15~39세) 고용률(58.0%·2019년 기준)을 OECD 평균(66.6%)까지 높아지면 출산율 0.12명 증가한다.

넷째, 육아휴직 실사용 기간(10.3주)을 OECD 평균(61.4주)까지 늘리면 출산율은 0.096명 증가한다. 다섯째,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 관련 정부 지출(1.4%·2019년)을 OECD 평균(2.2%)까지 높이면 출산율 0.055명 증가한다. 여섯째, 한국의 실질 주택 가격(OECD DB 기준 104·2019년)이 2015년 수준(100)으로 안정화되면 출산율 0.002명 증가 등이다.

[그래픽] 합계출산율 추이 및 출산율 제고 효과 추정 (서울=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3일 발표한 \
[그래픽] 합계출산율 추이 및 출산율 제고 효과 추정 (서울=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3일 발표한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영향·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당 15∼49세 사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1 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고 217개 국가·지역 가운데 홍콩(0.77 명)을 빼고 꼴찌다. zeroground@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후속 대책 마련 중인 정부

정부는 연간 11조원 규모의 '저출산 기금' 또는 '저출산 특별회계'를 신설한다. 육아휴직 급여와 아동수당 등 현금 지원을 대폭 확대하기 위해서다. 80조원가량인 지방교육재정부담금과 교육세의 일부 예산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지난 21일 열린 '저출산 대응 재원 확충 전문가 간담회'에서 저출산 해결의 열쇠로 '일·가정 양립'을 지목하고 파격 지원에 필요한 재원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우선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현행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린다. 현실화되면 육아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은 60.3%가 돼 일본(59.5%), 독일(65%)과 비슷해진다. 아동수당 지급 연령도 현재 0~7세에서 0~17세로 확대할 방침이다.

가족지원 예산 중 보육 시설 등은 OECD 평균 수준과 비슷하지만 아동수당 같은 현금 지원은 GDP 대비 0.32%로 OECD 평균(1.12%)의 30%밖에 안 된다.

정부가 10조원이 넘는 예산을 만들어 현금 지원에 나서면 출산율에 나름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GDP 대비 정부 지출(1.4%)을 OECD 평균(2.2%)까지 높이면 출산율 0.055명 증가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저고위는 동거 남녀도 가족으로 인정하고 법적·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등록 동거혼' 도입까지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 동거혼은 동거 남녀가 정부에 '동거 신고'만 하면 기존 결혼 가족에 준하는 세금·복지 혜택 등을 제공하는 제도다. 기존 결혼에 비해 합치고 헤어지는 게 쉽다. 저고위는 프랑스 등록 동거혼(PACS) 제도를 집중 연구 중이라고 한다. 프랑스는 2020년 기준 등록 동거혼 신고(17만389건) 건수가 혼인신고(15만4천581건) 건수보다 많았다.

한은 보고서는 혼인 외 출생아 비중(2.3%)이 OECD 평균(43.0%)으로 상승하면 출산율이 0.16명 증가할 것으로 파악했다. 또 우리나라에서도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청년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19~34세 청년의 비혼출산 동의 비중: 2012년 29.8%, 2022년 39.6%; 통계청)

이 밖에 정부는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다. 난자 동결 혹은 해동 비용도 전향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최근 저출산 상황과 관련해 "'특별한 위기'인 만큼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제3차 전문가 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제3차 전문가 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경제적으로 얽힌 구조적인 문제

한은 보고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도시인구 집중도 ▷청년층 고용률 ▷주택 가격 안정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도시인구 집중도를 OECD 평균으로 낮추는 게 출산율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인구밀도는 ㎢(제곱킬로미터)당 530명으로 여타 OECD 회원국들의 평균치(123명)에 비해 4배 이상 높다.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 비중 역시 81%로 인구 집중도가 매우 높다.

보고서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기회 다원주의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수도권 집중은 인구밀도를 높여 경쟁압력과 주택가격 상승을 유발한다. 예컨대 지방 거점도시 육성 등을 통해 지방의 인력과 자원이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 역시 획일적인 입시교육을 지양하고 다양성과 창의성을 높여나가야 경쟁 압력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출산과 양육 지원을 비롯해 주거·일자리, 사교육, 수도권 집중 등 사회경제적으로 구조적인 문제까지 반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인구정책의 거버넌스 틀을 바꾸거나 사회적으로 총력을 기울일 제도를 도입하는 식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버넌스 개편과 관련 인구 특임장관 도입, 인구 전담 부처 신설, 복지부 장관의 인구 부총리 격상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환경영향평가, 규제영향평가처럼 인구영향평가를 도입해 법령과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인구에 미치는 영향을 의무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방안도 나온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평가모니터링센터장은 "저출산 문제는 이제는 정책 차원이 아니라, 정치 영역에서 결단이 필요하다"며 "특단의 조치나 특단의 사업 차원을 넘어 특단의 '정치적 결단'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총력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