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꿈이 현실로 바뀌는 기적

곽재식 지음·동아시아 펴냄

달에 관한 내 기억은 선명하다. 1969년 7월 21일 아폴로 11호가 달에 도달하고 인류가 첫 발을 디디던 역사적 순간을 나는 TV로, 그것도 집에서 본 사실을 꽤나 오랫동안 친구들에게 자랑한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가 달에 간다는 상상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 우리가 달에 간다고? 나와는 달리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가야 한다'며 지고지순하고 귀가 따갑게 외치는 사람이 나타났다.

곽재식의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는 달에 관한 종합선물세트다. 천체물리 과학 역사 등의 전문지식을 인문학적 소양으로 버무려 내놓았다.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쉽고 잘 읽힌다는데 있다. 중력과 인력을 구분 못하고, 일식과 월식을 헛갈리는 나 같이 타고난 문과에게도 어렵지 않다. 제목에 걸맞게 책은 오직 우리가 달에 가야 하는 이유를 귀납적으로 주장한다. 달과 우주선하면 따라붙는 아폴로11호의 달 착륙 음모론의 실체를 해명함과 동시에, 음모론이 어떻게 힘을 얻고 대중을 사로잡는지도 통찰한다.

저자가 달에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이렇다. 달의 발생 기원 중 하나인 거대충돌 가설에 따라, 달에 대한 지식이 쌓이면 지구 내부 현상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으므로 우리는 달에 가야 한다. 옛 사람들이 인천과 강화도에서 한강 뱃길을 따라 서울 이곳저곳으로 운송한 것은 밀물과 썰물을 이용한 덕분이며 이는 달의 중력과 관련이 깊다. 중력은 생명체 진화에도 관여하므로 달의 과거 모습과 상황을 탐구할 수 있다면 인류의 탄생과 진화를 추적하는 단서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가야 한다. 또 월성과 월지를 만들고 '신라의 달밤'이란 노래가 있을 정도로 신라인은 달을 사랑했다. 허난설헌으로 알려진 허초희는 8살에 달에 놀러가는 꿈을 꾼 후 시를 썼고, 행성의 움직임 등 우주천문에 관한 내용이 과거시험에 출제 될 정도로 조선시대에도 달에 대해 관심은 지대했다.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가야 한다는 얘기.

주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한다. 달을 목표로 위성개발에 힘쓴다면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상업 우주관광시대에 달 탐사 계획과 우주관광산업은 민간기업의 성장기회이다. 다만 국가이벤트나 관 주도가 아닌 민간기업 중심의 다채로운 우주개발 계획이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달을 탐사하며 그 공간을 살피고 활용하려는 사회라면 과학기술과 활력이 넘치는 훌륭한 사회일 터.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가야 한다는 얘기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근대 기술의 역사는 인간의 조건을 끊임없이 개선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되었다고 기술한다. 때문에 1957년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는 인간의 조건을 초월하려는 욕망, 즉 지구라는 속박된 공간과 환경을 벗어나려는 욕망의 결정체라고 보았다.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는 2022년 7월에 초판을 찍었다. 책에는 언젠가 한국우주선이 달을 살펴보고, 달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지구풍경을 찍게 되면 그것을 세계인이 사용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적혀있다. 책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22년 8월 5일 대한민국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발사되었고, 8월 27일 찬드라얀3호의 달 남극 착륙장면을 촬영해 전송했다. 대한민국의 눈으로 본 달의 모습이었다. 이 글을 쓰는 2024년 1월 2일 10시 10분 현재, 다누리호는 달 표면 103km 상공 위를 1.6km/s 속도로 이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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