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 금리 인하 가시화…한국경제 효과 언제쯤

한국도 인하 시기 등 놓고 의견 분분

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 연합뉴스 제공
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 연합뉴스 제공

경기 불안 위기감이 숙지지 않는 가운데 세계경제는 미국의 기준금리에 주목하고 있다. 긴 경기불황과 침체 속에 금리 인하가 경기회복의 마중물이 되리라는 바람은 지구촌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미국 경제가 재채기를 하면 글로벌 시장이 독감을 앓는 현실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만큼 시선은 이제 그 시기와 한국경제에 미칠 여파로 옮겨갔다.

◆미 금리 인하 현실화…이르면 3월?

일단 미 연준은 올해 금리를 3차례 정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기로는 이르면 3월, 늦어도 5월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미 연준은 지난해 말 금리를 동결하면서 올해 말 금리를 4.6%로 내다봤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경제가 전망대로 발전하는 것을 전제로 연방 기금 금리의 적정 수준이 2025년 말에는 3.6%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 인상은 이제 더 이상 없으며 현재 금리에서 올해 0.25%포인트(P)씩 3차례 정도 인하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미 금융기관이나 전문가 그룹은 앞 다퉈 구체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3월에, 나머지 투자은행들은 2분기에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 페드워치는 3월에 기준금리를 낮출 확률이 75%에 이른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은 끝났다는 데 공감하면서 이제 시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벌써 금리 인하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금리를 인하하면 미국 주택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는 등 미 경제가 연착륙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증권시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신년호에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연준의 금리인상 캠페인이 종료됐다는 확신이 커지면서 증시에 대해 장미 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증시는 지난해 연준의 고금리 정책으로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음에도 인공지능(AI) 열풍 등에 힘입어 미 경제가 예상 밖 성장을 이루면서 호조세를 탔다.

◆3회 VS 6회 속 한국도 인하 카드 꺼내나

시장 일각에서는 3차례 이상, 최대 6회의 인하를 기대하는 분위기지만 연준은 속도감에 대해서는 확실히 선을 긋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하다는 게 주요 이유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공급망 차질 우려를 더한 대목이다. 특히 물가를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에서 시기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다만, 물가가 하향 안정화되는 가운데 통제 가능한 수준에 진입하면 연준의 인하 행보가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신중론도 없지 않다. 블룸버그통신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이코노믹스(BE)의 '세계경제 위험 요인에 대한 보고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블룸버그의 뉴스 제목 5만 6천여 건을 바탕으로 작성한 '연준 발언(Fedspeak) 지수'로 볼 때 최근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 여전히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이라는 게 근거다. 그러면서도 보고서는 연준이 금리를 1.25%P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인하 시기를 둘러싼 불확실성 및 연준과 금융시장사이의 온도차가 있음에도 시기와 규모가 문제이지 금리 인하 수순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미 움직임과 맞물려 또 다른 관심은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카드를 내놓을지 여부다. 언제쯤 움직일지, 어떤 변수가 있을지 시장에서는 인하 시점 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올해 우리 경제를 국내에서 가장 어둡게 전망한 LG경영연구원은 금리 인하가 4분기에나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한국은행에서도 우리 시장이 이르면 2분기쯤으로 기대감을 나타내는데 대해 섣부른 예단을 경계했다.

이창용 한은총재는 신년사에서 "국내외 경제 여건의 변화를 고려할 때 올해 한은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도 경기회복과 금융안정에 필요한 최적의 정책조합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올해는 주요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나라별로 정책이 차별화될 것"이라며 이 같이 언급, 금리 인하 신중론에 방점을 뒀다. 국내외 경제가 복잡한 상태에서 돈을 풀다가는 시중에 유동성이 늘면서 물가만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될 게 뻔해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겠다.

◆대구경북경제 훈풍은 언제 불까

미국에 이어 우리 금리를 내리더라도 국내경기 회복에 비해 더딘 대구경북은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길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서비스업 의존도가 높고 중소기업 비중이 큰 대구의 경우 성장 동력이 악화된 상황에서 내수 부진에 따른 부담으로 경기 회복세를 체감하기까지 좀 더 견뎌야 할 것이란 얘기다. 여기에다 금융 부문이 취약하고 미분양 아파트 물량 등까지 감안하면 올 가을 이후에야 조금씩 경기 회복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금리 인하 시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이 1차 수혜를 보리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긍정론자들은 만성적 자금난에 시달리는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자 입장에서 이자 부담이 줄어 버틸 여력이 다소 생길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이미 주요 선진국에서도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고, 국내에서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일부 위험신호가 구체적으로 감지되고 있어 예단은 금물이다.

단기간 내 회복도 그렇지만 인하 시점까지 버텨낼 체력이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게 문제다. 빚 고통이 커 한숨을 쉬는 개인 차주라고 해서 다를 게 없을 것이다. 금리 인하가 구체화되고 그 효과가 경기회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기대감을 부풀리기 앞서 인내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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