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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속 재판·구속 제도 개선, ‘사법부의 길’ 제시한 대법원장

조희대 대법원장이 2일 신년 시무식에서 국민의 원성을 사고 있는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 분쟁의 신속한 해결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또 구속과 압수수색 관련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이런 방안이 올해 나아가야 할 '사법부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도 재판 지연과 수사기관의 영장 남발에 대해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의 시무식 발언의 핵심은 사법부 신뢰 회복이다. 지난 6년간 '김명수 대법원' 체제는 사법 불신의 골을 깊게 했다. 판사들의 정치적 편향과 재판 지연이 가장 큰 원인이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은 1심 결론까지 3년 10개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판은 1심 판결까지 3년 2개월이나 걸렸다. 특정 정파를 위해 고의로 재판을 지체했다는 의심이 든다. 지난 10년간 재판의 평균 처리 기간이 민사 본안의 경우 245일에서 420일, 형사 공판은 158일에서 223일로 늘었다. 재판 장기화로 국민 고통은 가중되고, 선거사범은 임기를 채우기도 한다.

조 대법원장은 시무식에서 "법원장이 중심이 돼 장기 미제 사건 처리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법원장들에게 신속한 재판 진행을 주문한 것은 고무적이다. 아울러 헌법상 신체의 자유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언급하며 "인신 구속과 압수수색 제도를 개선하고 적정하게 운용해, 기본권을 보호하고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실체적 진실 발견을 조화롭게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의 과잉·강제 수사에 대한 사법부의 적절한 제어는 필요하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법관이 사건 관계인을 심문한 뒤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압수수색영장 사전 심문제', 거주지 제한 등 조건을 어길 때만 구속하는 '조건부 구속영장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법부 신뢰 회복의 요체는 정치적 중립, 공정한 재판, 국민 기본권 보호다. 조 대법원장이 말한 '사법부의 길'이 국민 기대에 부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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