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서 2년만에 또 '간병살인', 반복되는 비극 왜 못막나

60대 父, 뇌병변장애 40대 아들 평생 돌보다 지난해 10월 흉기로 살해
2년 전 뇌졸중 50대 아버지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아들은 징역 4년
'간병부담' 위기가구 발굴 노력 한계, 장애인 지원책 미비점 지적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거동이 불편한 가족을 다른 가족이 살해하는 '간병 살인'이 또 다시 벌어졌다. '가족 돌봄'의 굴레에 갇힌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할 근본적인 처방 대신 '사후약방문'에 그쳤다가 재연된 '예고된 비극'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2년 만에 반복된 비극

대구지검 형사2부는 1급 뇌병변장애를 가진 40대 아들을 40년 간 돌보다가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60대 아버지 A씨를 구속 기소(매일신문 1월 5일 보도)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24일 오후 7시 20분쯤 아들과 같이 살던 남구 이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부엌에 있던 흉기로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흉기를 이용해 스스로에게 중상을 입혔지만 치료를 받고 회복했다. A씨의 가족들은 사법부에 선처를 구하고 있다.

앞서 2022년 3월에는 대구 수성구 한 주택에서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50대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20대 B씨에게 징역 4년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B씨는 2020년 9월부터 뇌출혈로 입원 치료를 받던 아버지의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이듬해 퇴원시킨뒤 물과 음식 등을 거의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B씨가 월세는커녕 도시가스와 인터넷 통신이 끊기는 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이 알려지면서 탄원 여론이 일기도 했다. 당시 사회 안전망 바깥에 방치된 가족돌봄에 대해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컸지만, 비극이 반복되는 걸 막지 못했다.

◆위기 가정 선제 발굴 어려워…대책도 '공염불

'간병살인'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위기 가구를 선제 발굴할 제도 개선이 요구됐지만, 눈에 띄는 개선책은 없었다.

지난 2022년 보건복지부는 정부 차원에서 '가족돌봄청년' 실태 조사에 나섰지만, 대구에서는 불과 2명만 가족돌봄청년으로 확인됐다. 청소년단체와 복지기관 등과 연계한 설문 조사 방식으로 응답자의 자발적 참여에만 의존한 탓이었다.

이번 사례처럼 장애인 가족을 간병하는 경우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나 관심이 없다는 점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노인의 경우 가족 구성원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가족을 간병하면 국가가 지원한다. 그러나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 활동지원사 자격증 소지자가 가족을 돌보더라도 이를 지원하는 규정이 없다.

대구시가 장애인 활동보조 지원 사업을 운영 중이지만 신체활동이나 가사지원, 이동보조 등에 국한된다.

장애의 정도에 따라 장애인과 가족에 대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사례처럼 일거수일투족을 챙겨야 하는 중증 뇌병변장애인의 가족에게는 두터운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대구시에 등록된 장애인 13만593명 가운데 뇌병변장애인은 1만2천262명에 달한다.

뇌병변 및 중증중복장애인부모회인 '담장허무는 엄마들'의 전정순 대표는 "뇌병변장애인은 배변 등 1대 1 돌봄이 필요해 장애인주간보호센터나 발달지원센터 등에서 꺼리는 경향이 있고, 가정에서 간병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족들의 부담도 크고, 외출할 기회도 거의 없이 지내다 세상을 떠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이들의 인권을 위해서라도 국가의 더 세심한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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