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 '보행자 친화도시' 국비 확보 못하고 관련사업 올스톱

도심융합특구에 시범사업 구상, 특별법은 '도로시설 지자체 부담' 명시
'보행자 친화환경' 필요성 높지만 다른 8개 구간도 사업 추진 움직임 없어
자차 운전자 비중 크고 공감대 약해, 정책홍보·시범사업 병행 조언도

2021년 도로 다이어트 첫 번째 시범 구간으로 선정된 중앙대로(대구역네거리~대구시청 별관) 구간. 대구시 제공
2021년 도로 다이어트 첫 번째 시범 구간으로 선정된 중앙대로(대구역네거리~대구시청 별관) 구간. 대구시 제공
도로다이어트 시범구간으로 선정된 대구 북구 중앙대로 대구역네거리 부근 보도 모습. 인도를 침범한 자동차 및 적치물 등으로 인도, 자전거 도로 모두 제 기능을 하기 힘들다. 김유진 수습기자
도로다이어트 시범구간으로 선정된 대구 북구 중앙대로 대구역네거리 부근 보도 모습. 인도를 침범한 자동차 및 적치물 등으로 인도, 자전거 도로 모두 제 기능을 하기 힘들다. 김유진 수습기자

도로 폭을 줄이고 인도를 넓혀 도심을 보행자·친환경 교통수단 중심으로 바꾸겠다던 대구시의 '도로 다이어트' 사업이 백지화될 처지에 놓였다.

기대했던 국비 확보가 무산된데다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 악화를 이유로 우선 순위에서도 밀리면서 대구시가 사실상 '보행자 친화도시' 기조까지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발 짝도 못 나간 '보행자 중심 도로'

대구시는 지난 2021년 도심융합특구 우선사업대상지 선정과 연계해 중앙대로 1.7㎞ 구간(대구역네거리~시청 산격청사)을 보행자 중심 도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차로 수와 폭을 축소해 자동차 중심 교통에서 벗어나 보행 및 자전거 등 친환경 교통수단 이용을 촉진하고 각종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는 차원이었다. 사업비는 5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구간 사업이 완료되면 산격청사에서 복현오거리까지 2단계 사업을 추진하려는 계획도 세웠다. 장기적으로는 대구 전역으로 사업 구역을 확대, 보행자 친화도시로 만들겠다는 밑그림도 그렸다.

그러나 이 사업은 만 2년이 넘도록 여전히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도심융합특구 특별법 제정이 지난해 10월에야 이뤄진데다, 특별법에는 특구 내 도로 관련 시설 설치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부담하도록 돼 있어서다.

시비를 투입해 사업을 추진하기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세수 부족이 심각하고 달빛철도, 대구경북신공항 등 교통분야 주요 현안사업도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구시내 주요 도로의 '도로 다이어트' 사업도 공염불에 그칠 전망이다.

시는 지난 2022~2023년 시비 1억6천만원을 들여 주요 구간 8곳에 대해 '도로 다이어트 타당성조사 및 기본설계 용역'을 진행했다. 그러나 민원 발생 우려와 교통사고 위험 등을 들어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시 검토가 이뤄진 구간은 ▷와룡로(이현삼거리~죽전네거리) 3.2㎞ ▷월배로(유천네거리~성당네거리) 5㎞ ▷달구벌대로(강창교~중산삼거리) 24㎞ ▷청수로(중동교~황금네거리) 1.5㎞ ▷서대구로(만평네거리~두류네거리) 3.8㎞ ▷칠곡중앙대로(호국로~만평네거리) 8.6㎞ ▷동대구로(파티마삼거리~두산오거리) 6㎞ ▷대명로(성당네거리~영대네거리) 3.2㎞ 등이다.

◆교통약자 늘어가는데…추진 기약 없어

이런 상황에서 탄소 중립 실천 요구와 급속한 고령화로 보행자 친화 환경 조성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구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대구의 교통약자는 모두 71만6천311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29.6%를 차지했다. 시민 3명 중 1명은 교통약자인 셈이다.

고령자가 40만명으로 가장 많고, 장애인 12만6천명, 영유아 동반자 7만4천명, 어린이 10만4천명, 임산부 1만1천명 등으로 파악된다.

사업 추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차선 감소로 발생하는 교통 혼잡 문제는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며 "기후위기 문제 대응에 있어서도 도로 다이어트는 과감하게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나 보행환경 개선이란 '큰 틀'에는 공감하면서도 사고 위험 증대와 상권 침체 등을 들어 반대 의견이 적지 않은 점은 대구시의 고민이다.

전문가들은 정책 홍보와 시범 사업의 병행을 조언한다.

우용한 경일대 철도학부 교수는 "타 도시는 극심한 교통정체로 대중교통 및 PM(개인형이동장치) 활성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는 반면, 대구는 승용차 이용이 편리해 도로 다이어트를 수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지자체가 시민들을 상대로 이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편익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사업은 대상지 선정부터 신중하게 접근하고, 보행량이 집중된 지역부터 시범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 대구시는 조급하게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타당성에 대한 추가 검토를 통해 실현 가능성을 구체화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신규원 대구시 교통정책과장은 "도로 다이어트 가능성이 있는 구간들을 추렸지만, 불편 민원과 교통사고 위험 등으로 의견이 분분했다. 향후 재원 마련 방안이 구체화되고, 구‧군에서 수요를 제기하면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두류네거리 부근 서대구로 구간 자전거 도로에 트럭이 정차해 길을 막고 있다. 김유진 수습기자
두류네거리 부근 서대구로 구간 자전거 도로에 트럭이 정차해 길을 막고 있다. 김유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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