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李 선거법 재판 판사 사표, ‘총선 전 선고 무산’ 의도 아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강규태 부장판사가 사표를 제출한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이 대표의 3개 재판 가운데 가장 앞서 기소됐고, 이 대표의 혐의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도 여럿 있어 판사의 의지만 있으면 4월 총선 전에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었다.

강 판사가 사표를 냄으로써 그 가능성은 사라졌다. 재판부가 바뀌면 후임 법관이 사건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공판 갱신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문제는 공판 갱신 전 피고인인 이 대표나 증인 등의 진술은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진행됐던 재판 절차를 사실상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뭐 이런 코미디가 있나 싶다.

검찰은 이 대표를 지난 대선 때 성남시장 재임 시절 대장동 개발 핵심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 씨를 몰랐으며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은 박근혜 정부 국토교통부 협박 때문이었다고 발언하는 등 허위 사실 2건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했다.

이렇게 시작된 재판은 한없이 늘어졌다. 강 판사는 준비기일만 6개월을 끌어 2023년 3월에야 본 재판이 시작됐다. 본 재판도 1심 선고를 6개월 내에 끝내도록 한 선거법 규정을 어기며 16개월째 결론을 미뤘다. 검찰이 신속한 재판을 위해 주 1회 재판을 요청했으나 2주 1회를 고수했다.

이를 두고 어떤 재판이든 총선 전에 1심 선고가 나지 않도록 하려는 이 대표의 전략에 판사가 호응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했다. 사표 제출은 그런 의심을 더욱 굳힐 만하다. 총선 전 1심 선고는 물 건너갔기 때문이다. 강 판사가 왜 사표를 냈는지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팩트'는 사표 제출이 이 대표의 재판 지연 전략과 무관치 않다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게 한다. 강 판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발탁한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같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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