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의미 없는 ‘선민 경쟁’ 중단하고 국민 위한 경쟁 체제 확립해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다"며 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그는 "민주당이 1인(이재명 대표) 방탄 정당으로 변질됐다"며 "민주당이 이제 낯선 집이 됐다"고 했다. 이를 지켜본 민주당의 비판은 가혹했다. '희생 한 번 안 한 사람이 모든 영광을 누리고 탈당한다' '배신 정치의 전형' '정계를 은퇴하라'는 등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 냈다.

민주당은 그동안 수많은 변화를 거쳐 왔다. 열린우리당 창당이 대표적이다. 노무현 정부를 출범한 친노 세력이, 모태인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해 분당했다. 당시 대통령까지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기자 '여당 교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47석 소수의 '원내 3당'이 여당이 되는 일도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현재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006년 첫 선출직에 도전했을 때 간판은 열린우리당이었다. 열린우리당 주요 인사였던 유시민 작가는 5번의 탈당 전력과 4번의 창당 경험이 있다. 반면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한 후 24년 동안 민주당에 몸담았다. 5선 국회의원과 전남지사, 국무총리를 지내면서 자기 이익을 도모하고자 '말'을 갈아타진 않았다.

문재인 정권 때 한 청와대 관계자는 '386 정치세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선민(選民)의식을 꼽았다. 자신만 옳기 때문에 상대방은 모두 적이라는 것이다.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이 벌이는 극렬한 언쟁도 일종의 선민의식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선민의 사전적 정의는 특정 세력이 신적 존재에 선택돼 우월한 지위를 가진다고 믿는 집단이다. 현대 민주사회에서 일부 정치세력이 선민을 자처하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다. 국민들은 이른바 '민주화 세력'의 선민의식에 극도의 배신감을 느낀 바 있다. 정치는 선민(善民)의 삶을 올바르게 도모하는 게 존재 이유다. '이낙연-민주당 간 선민 경쟁'은 쓸데없다. 이제라도 선택받았다는 특권의식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선택받는 정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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