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리 달려 본 달빛철도…영호남 상생 관문 역할 할 10개 역사는?

담양·순창 90년 만에 역사 부활…100년 만에 거창역 신설
인구소멸지역에서 관광·교통 거점으로 환골탈태

25일
25일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광주광역시 광산구 상공에서 바라본 광주송정역과 대구광역시 서구 상공에서 바라본 서대구역 모습. 두 역을 이을 달빛철도는 대구경북신공항 개항에 맞춰 2029년 개통이 추진된다. 김영진 기자 · 안성완 기자
달빛철도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5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주송정역에서 시민들이 KTX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동서 화합의 상징 '달빛철도'. 2029년 조기 개통을 목표로 달구벌(대구)과 빛고을(광주)을 연결하는 철길이 개통하면 영호남 1천800만 지역은 오랜 지역 감정의 골을 뚫고 1시간대 생활권으로 묶인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수도권 일극화가 심화되는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국토균형발전으로 나아갈 '남부 거대 경제권'이라는 같은 꿈을 그리게 된다.

지방소멸의 파고를 넘어 대구(서대구), 경북(고령), 경남(합천·거창·함양), 전북(장수· 남원·순창), 전남(담양), 광주(송정) 등 달빛철도가 경유하는 6개 광역 자치단체·10개 기초 자치단체, 총 연장 198.8㎞를 매일신문이 미리 달려봤다.

◆담양역, 순창역 90년 만에 부활

달빛철도가 지나는 10개 지역 가운데 7곳에는 현재 철도 역사가 없다. 철길이 새롭게 열리는 이들 7개 지역 중에서도 담양과 순창은 그 감회가 남다르다.

달빛철도가 예정대로 2029년에 개통한다면 두 곳 모두 약 90년 만에 철길이 부활하기 때문이다.

담양역은 일제강점기 시절인 1922년부터 1944년까지 전남선이 다니던 역이다. 태평양 전쟁으로 공수물자가 부족해지자 일제는 이 구간의 철도, 노반, 플랫폼을 뜯어갔다. 순창역도 담양역과 같은 역사적 배경을 가진 곳이다.

길이 연결되면 사람이 오가는 것이 세상사. 달빛철도가 오가면 담양은 영호남 가교 역할을 담당하는 '이야기 고장'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가사문학의 대가 송강 정철, 면앙정 송순 등의 발자취가 그득해서다.

여기에 죽녹원, 소쇄원,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로 선정된 담양 메타세콰이아 길 등의 풍광은 휴양지로 유명한 프랑스의 도시 프로방스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달빛철도로 1시간대 생활권으로 묶이는 대구경북 지역민에게 가져다줄 색다른 선물이다.

◆남원·장수 '상전벽해'

남원은 전북이 자랑하는 국악과 문학의 고장이다. 판소리 동편제 태동지이자 '춘향전'과 '흥부전'이 탄생한 고장이다. 남원 또한 달빛철도의 문화 콘텐츠 중심로 손색이 없다.

남원역은 달빛철도와 기존 전라선이 교차하는 교통 요충지이기도 해, 앞으로의 위상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달빛철도 개통 후에는 대구, 포항 등지에서 남원역 환승을 통해 전주나 순천, 여수 등 호남 대표 여행지로 이동이 가능하다. 미래 관광 수요 창출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수역은 광주에서 출발하면 20여 분 거리, 대구에서도 30여 분 거리에 있는 중간 기착지다. 한반도 동서를 가를 달빛철도가 개통하면 '무진장'(전북 무주, 진안, 장수를 이르는 말)이라는 대표적 오지 이미지를 벗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여기에 평균 해발 400m 지역의 한우, 사과, 오미자, 토마토 등으로 대표되는 이곳 '레드푸드'가 철길을 따라 영호남 밥상에 오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 가결이 선포되고 있다. 연합뉴스
달빛철도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5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주송정역에서 시민들이 KTX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계획 수립 100년 만에 생기는 거창역

달빛철도 경남 구간에는 함양과 거창, 합천이 포함됐다. 호남에서는 담양과 순창이 오랜 시간 '철마'를 기다린 곳이었다면 영남에서는 거창이 기나긴 세월 철길이 놓이길 염원한 고장이다.

일제는 경북 김천과 경남 삼천포(지금의 사천시 남부)를 잇는 이른바 '김삼선'을 계획했다. 이는 지금의 남부내륙선 계획의 시초가 되는 노선이다. 거창역은 이 김삼선 7개 역 중 한 곳이었다. 1927년 일제는 김삼선 건설을 위해 토지측량을 했으나 착공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해방 후인 1966년 정부는 김삼선 공사에 나섰으나 경제성 부족으로 1년 만인 1967년 사업을 백지화했다.

2029년 달빛철도가 개통하면 거창역은 구상한지 100년 만에 세상에 나오게 된다.

◆ '교통 거점' 함양, 합천

함양은 지리적으로 백제와 신라의 경계에 있는 탓에 두 세력이 맞부딪친 곳이지만, 반대로 반드시 차지해야 할 교통 요지이기도 했다. 광주대구고속도로(88올림픽고속도로)도 함양 중심을 관통한다.

함양은 달빛철도가 개통하면 이러한 강점을 십분 활용해 영호남을 잇는 내륙 관광도시로 확고한 입지를 다질 것으로 기대된다. 함양에는 '대한민국 최고 정원' 으로 평가받는 천연기념물 154호인 '상림'도 있다. 1천년 전 신라 최고의 지성 최치원이 백성의 배고픔을 달래고자 만든 인공 숲으로 봄부터 가을까지 색색 꽃이 핀다.

합천(陜川)은 조선시대 이후 불린 지명으로 '좁은 내'라는 뜻이다. 달빛철도가 들어서면 '좁은' 이미지는 옛 이야기가 된다. 국토교통부가 2022년 '남부내륙철도 기본계획' 고시를 통해 합천역(합천읍 서산리 인근)을 확정하고, 장래 달빛철도 사업이 본격화할 경우 환승역으로 해인사역(가칭)을 설치하는 계획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의 보물이자 세계 문화유산인 해인사 팔만대장경과 대장경을 보관하는 장경판전을 찾는 길도 훨씬 수월해질 전망이다. 합천이 자랑하는 친환경 딸기가 호남 곳곳에 알려질 날도 머지 않았다.

◆영호남 상생 관문 '고령'

1천600년 전 찬란한 대가야의 도읍에 들어설 고령역은 '달빛도시'를 잇는 철길에서 경북 유일의 역이다. 달빛철도가 놓이면 고령은 '가야 문화'라는 지붕 아래 '영호남 상생 관문'으로 자리매김 할 전망이다.

앞서 순천, 여수, 광양 등 전남 동부권에서도 의미 있는 가야 유적과 유물이 발견됐다. 고령 지산동 고분군 32~35호분에서 출토된 철기 축소 모형 같은 특징적 부장품이 남원 월산리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는 대가야가 경북을 넘어 섬진강 일대에 세력권을 형성했음을 보여준다. 고령 대가야읍을 도읍지로 한 대가야는 5세기경 합천을 지나 거창·함양·산청·남원을 중심으로 한 남강 유역, 남원·곡성·구례·하동을 중심으로 한 섬진강 유역, 광양·여수·순천 등 남해안 유역, 장수·진안을 중심으로 한 금강 상류까지 세력을 확장했다. 달빛철도가 개통하면 영호남 간 가야 연구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 가결이 선포되고 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