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천·의성 출산율 반등…산부인과 유치 등 '양육 친화 인프라' 제공이 해법

의성출산통합지원센터, 유모차·장난감 등 육아용품 지원
부모님 육아법 강좌도 무료로
영천시 정부 공모로 분만산부인과 개원→원정 출산 뚝→출산율 1위
3년 동안 신생아 341명 탄생

6일 경북 의성군 출산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한 아이들이 장난감 대여소에서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6일 경북 의성군 출산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한 아이들이 장난감 대여소에서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7일 경북 영천시 '제이병원'에서 산모 황O진 씨가 열흘 전 출산한 딸 황보아 양을 쓰다듬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7일 경북 영천시 '제이병원'에서 산모 황O진 씨가 열흘 전 출산한 딸 황보아 양을 쓰다듬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 지난 6일 의성군 안계면 출산통합지원센터 2층 놀이방에서 마을 이웃인 이예서(4) 양과 김소윤(4)·라윤(2) 남매가 미끄럼틀, 바스락터널을 뛰놀고 있었다. 예서 어머니 김소희(38) 씨와 남매의 어머니 박정빈(29) 씨는 바로 앞 맘카페(휴게실)에서 코코아를 타 마시거나 육아 책을 읽으며 아이들을 지켜봤다.

센터 문을 닫는 오후 5시 30분쯤, 이 양이 장난감 대여소에서 뽀로로하우스를 들어올렸다. 같은 공간에는 유모차와 아기용 침대·식탁·비데, 아기띠, 분유포트, 기저귀 갈이대, 카시트 등 다양한 육아용품도 진열돼 있었다.

출산통합지원센터는 이 같은 용품 대여(최장 4개월)와 미취학 아동 미술·발레·요리 강좌, 부모님 육아법 강좌를 모두 무료 제공한다.

김 씨는 "센터 덕분에 첫째 출산 때 수십, 수백만원씩 들였던 용품 비용을 아껴 아이들 간식을 사주거나 저축한다"며 "타지 친구들은 자녀 강좌나 학원을 5~6개씩 고가에 듣는데, 여기선 무료라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6일 경북 의성군 출산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한 아이들이 아기놀이방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6일 경북 의성군 출산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한 아이들이 아기놀이방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 같은 날 오후 3시 영천시 영천제이(J)병원 분만과가 응급대기 모드에 돌입했다. 30대 산모의 진통에 맞춰 의사와 간호사 등 4명의 의료진이 출산 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탓에 긴장감마저 흘렀다. 이 산모는 이날 오후 4시35분쯤 건강한 신생아를 무사히 출산. 올해 13명째이자 지난 2020년 병원 개원 이후 341명째 신생아다. 이날 이 병원에는 영천뿐만 아니라 주변 시군 산모들까지 줄지어 방문해 외래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병원은 의료 취약지인 경북에서는 몇 없는 영천시 유일의 분만산부인과이자 소아과다. 영천시가 보건복지부 공모사업을 통해 유치했다. 지난해 말까지 진료건수만 산부인과 1만 건, 소아과 4만1천 건을 기록했다.

영천제이병원에서 2021년 12월 첫째를 낳고 지난해 9월 둘째(병원 300번째)를 출산한 영천시민 A(36) 씨는 "집 가까이에서 출산해 몸도 마음도 편했다"고 했다.

인구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경북 지자체들이 출산, 분만 등 양육친화적 인프라를 통해 '출산율 반등'에 성공했다.

의성군과 영천시는 경북도내 평균 합계 출산율(여성 한 명이 가임 기간인 15~49세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2022년 기준 0.930까지 떨어진 가운데도 1.3~1.4대를 유지하며 도내 1, 2를 다투고 있다.

지방소멸위험지수 전국 2위로, 대표적인 인구 감소 지역으로 꼽히는 의성군의 2022년 기준 출산율은 1.457로 2021년 1.375를 넘어섰다. 영천시는 2021년(1.322), 2022년(1.313) 2년 연속 전국 시·구 중 출산율 1위를 차지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두 지역은 이 밖에도 청년 부부 정착을 돕는 주거환경과 일터, 의료 등 다양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패키지식 출산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아이 기르기 좋은 여건이 높은 합계 출산율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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