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연금개혁은 미래세대를 위한 봄맞이

이재수 국민연금공단 서대구지사장

이재수 국민연금공단 서대구지사장
이재수 국민연금공단 서대구지사장

짙은 어둠을 뚫고 여명이 밝아오듯, 매서운 겨울을 지나 화려한 봄이 성큼 다가왔다. 살갗에 스치는 바람은 한결 부드럽고, 찬란하게 빛나는 햇빛은 마냥 따사롭다. 밝음과 어둠의 경계는 느슨해졌고, 금빛 잔디 사이로 연둣빛 가녀린 새순이 돋아났다. 곧이어 온갖 꽃들이 앞을 다퉈 피어날 것이고, 미소 띤 세상은 온통 환하게 밝을 것이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자연은 나아가고 물러나는 때를 절로 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계절의 흐름에서, 모든 건 때가 있는 법이고 그 때를 놓치면 소중한 걸 잃는다는 걸 배운다. 골든타임! 어떤 일을 해야 할 가장 적당한 시간, 사고가 발생했을 때 목숨을 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최소한의 시간, 결코 헛되이 놓칠 수 없는 시간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과연 안녕한가? 숱한 난제를 맞이하여 깊이 시름하고 있다. 그중 뜨거운 이슈는 바로 연금 개혁.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국민연금기금은 1천조원이 넘는다. 제5차 재정계산의 결과는 가히 충격이다. 2041년엔 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2055년에 기금이 소진된다는 전망이다. 기초연금이 도입되면서 다소 낮아졌지만,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의 평균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러므로 적절한 수준의 노후 소득 보장과 장기 재정 안정화를 동시에 충족하는 정책 조합을 찾아야 한다.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0명대의 극초저출산이 지속되는 유일한 국가다. 2023년 출생자는 23만5천 명에 불과하고, 2020년부터 4년 연속 인구가 감소한다. 70대 이상 고령자가 20대 청년보다 많으니,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는 적어지고 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대한민국에서 연금 개혁은 회색코뿔소(gray rhino)에 비유된다. 위험의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현재와 미래는 어떻게든 연결되기 마련인데, 얽히고설킨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는 핑계로 개혁을 미룰수록 미래 세대의 고통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연금 개혁,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 국회는 여야 합의로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운영한다. 21대 임기가 끝나는 올 5월까지 개혁안을 도출하는 게 목표다. 특히 각계각층 다양한 국민의 지혜를 모으기 위해 공론화 절차를 거친다. 전문가와 일반 시민이 의제숙의단과 시민대표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국민 69.7%는 노후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준비 방법은 국민연금이 압도적이다. 2024년 현재 652만 명이 매월 국민연금을 받는다. 남편과 아내가 모두 국민연금을 받는 부부 수급자는 62만4천 쌍, 부부 합산 월 300만원 이상도 1천 쌍이 넘고, 최고는 매월 469만원을 받는다. 국민연금만큼 확실하고 든든한 노후 준비 수단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이 힘들고 팍팍할수록, 사회가 복잡하고 다양할수록, 국민연금이 지향하는 사회적 연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연대,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연대를 통해 사회 통합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로 미래지향적인 연금 개혁이 완수되기를 간절하게 희망한다. 겨울이 끝나면 반드시 봄이 찾아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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