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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풍-한윤조] 향찰(鄕察) 개혁 없이 경찰 신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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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조 논설위원
한윤조 논설위원

이른바 '장윤기 사건'에 이어 최근 경남 지역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경찰청 간부의 성비위 및 승진 청탁, 인사 개입 의혹까지 불거지자, 경찰 안팎에서는 이른바 '향찰(鄕察)'에 대한 구조적 해결의 필요성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경찰청은 '경찰 수사 신뢰 제고를 위한 쇄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총경·경정급 중심의 타 시·도 순환근무를 경감급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국회가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동일 경찰서에서 10년 이상 장기 근무 중인 경찰관은 무려 1만7천 명을 넘어선다. 지역과 유착해 비리를 저지르는 일부 경찰을 뜻하는 '향찰'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비판적 수사가 아닌 치안 현장의 현실일 수도 있다는 국민의 우려가 상당하다.

경찰 조직의 중간 허리이자 현장 실무를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경감과 경위 계급이면서 10년 이상 동일 경찰서에서 근무하며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이들이 경감 5천209명, 경위 8천697명에 달해 현장 지휘관 4, 5명 중 1명에 달한다. 지역 장기 근무는 지방으로 갈수록 심각하다. 서울경찰청의 경우 10년 이상 동일 경찰서 근무자 비율이 8.4%에 불과하지만, 일부 지방청은 소속 경찰관 5명 중 1명꼴로 장기 근무자일 정도다. 지방일수록 경찰서 수가 적고 생활권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장기 근무 구조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지역 사정과 인적 네트워크에 밝아 신속하고 밀착된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부분은 장점인 반면, 그 '밀착'(密着)이 한 끗 차이로 '유착'(癒着)으로 변질될 경우 조직 전체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 수 있는 '양날의 검'인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 경찰청이 내세운 순환인사제가 그 해법이 되기에는 한계가 크다. 1만4천 명이 넘는 경찰을 강제로 순환근무시킨다면 자녀 교육, 주거, 가족의 생활 기반이 한순간에 흔들리게 돼 조직 내부의 극심한 사기 저하와 반발이 일 것도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또 강력·형사 등 장기적인 수사 연속성과 노하우가 필수적인 부서에서는 치안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순환'이 아니라 '현실적인 근무 환경과 제도 정비'를 통해 지방 근무를 피하려는 현상을 먼저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군 단위나 농어촌 등 근무 선호도가 낮은 지역에 대한 관사 확충, 주거비 및 교통비 지원, 인사상 인센티브 제공 등 고질적인 지방 근무 환경 개선이 선행된다면 자연스럽게 지방 근무를 자원하는 이들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또 무리한 전국 단위 이동보다는 인접 경찰서 간 권역 단위 순환인사를 활성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생활권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한 부작용은 줄이면서도 특정 경찰서에서의 장기 독점을 막을 수 있는 타협점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단순히 계급 기준의 순환인사만이 아니라 실제 비위(非違) 및 유착 가능성이 높은 직위와 업무 유형에 맞춰 정교하게 설계돼야 할 필요가 있다.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엄정하고 공정한 법 집행에서 나온다. 장기 근무 시스템을 이대로 둘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비판 여론을 의식한 보여 주기 식 정책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합리적인 인사 개혁안에 대한 숙고(熟考)가 중요하다. 비위와 유착을 사전에 감지하고 엄단할 수 있는 투명한 감찰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인사이동은 그저 비위의 장소만 옮기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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