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스템 공천으로 TK 역대급 현역 생환…신인은 전멸 중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리는 의원총회에 입장하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리는 의원총회에 입장하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시스템 공천으로 인해 당 '텃밭'인 대구경북(TK) 현역 국회의원이 역대급으로 생환하고 있다. 반면 정치신인은 현역의 조직과 인지도를 넘지 못하고 전멸하면서, 시스템 공천이 정치신인의 도전과 성장을 가로막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뚜껑 열어보니 역시나 '현역 불패'

28일 발표된 국민의힘 2차 경선 결과 TK 11개 선거구 중 8개 선거구에서 현역이 승리했다. 2개 선거구에선 현역이 결선 투표에 진출했고, 1개 선거구에서만 현역이 패했다.

이날 경선 승리자 8명과 앞서 단수추천을 받은 4명을 합쳐 현재까지 현역 12명이 공천장을 받고 본선에 올랐다. TK 전체 25명 중 12명이 재공천을 받은 것으로, 생환율 48%를 기록 중이다.

이는 ▷2020년 21대 총선 45.5% ▷2016년 20대 총선 41.7% ▷2012년 19대 총선 41.7%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결선 투표와 추가 경선에서 현역 생환이 이어질 수 있고, 공천방식 미발표 TK 선거구도 7개나 남은 상태다. 이에 현역 3명만 더 공천장을 받는다면 2008년 18대 총선 58.3%를 넘어 '생환율 60%'도 가능할 전망이다.

선수별로 TK 3선 이상 중진 3인방인 주호영·윤재옥·김상훈 의원은 모두 살아남았다. 재선의 경우 전체 8명 중 6명(김석기·추경호·이만희·김정재·송언석·임이자)이 공천을 받았다. 초선은 14명 중 3명(김승수·구자근·정희용)의 공천이 확정됐다.

TK는 보수 초강세 지역으로 국민의힘 텃밭으로 불리는 가운데, 큰 이변이 없는 한 본선에서도 무난히 승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치평론가인 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 대표는 "22대 국회에서 TK 다선 중진이 다수 포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종 당직, 국회직을 맡을 기회가 많아지고, 이에 따라 정치적 헤게모니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인적 혁신이 없어 '고인물 정치', '기득권 정치'라는 비판을 받는 건 지역 정치권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 시스템 공천에 정치신인은 전멸

이날 권영진 예비후보가 비현역으로는 유일하게 경선에서 승리했지만 초선 국회의원과 재선 대구시장 출신임을 고려하면 정치신인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TK 11개 경선 선거구 전체에서 정치신인은 아무도 승리하지 못한 셈이다.

첫 출마였던 노승권(대구 중구남구)·최용규(포항남구울릉)·박진호(상주문경) 예비후보는 정치신인 가산점을 받았음에도 경선에서 패배했다.

또 청년 가산점을 받은 황시혁(대구 북구을)·김찬영(구미갑) 예비후보와 여성에 정치신인 가산점을 받은 성은경(대구 서구) 예비후보도 현역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정치권에선 지난해부터 예견된 결과였다고 입을 모은다.

김기현 전 대표가 '최소 경선 진출'을 보장하는 시스템 공천을 예고하면서 현역들이 일찌감치 지역구 관리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또 경선에서 정량 중복 가산이 됐던 21대 총선과 달리, 이번엔 득표율 기준 가산에 중복도 되지 않은 점도 청년, 여성 등 정치신인의 육성을 가로막았다는 설명이다.

정치평론가인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결과적으로 설계부터 잘못된 공천이었다. 정치신인이 뛰어넘기엔 현역 프리미엄이라는 허들이 너무 높았다"며 "민주당처럼 청년, 여성 등을 위한 별도의 전략공천 창구를 만들어야 했다. 다만 TK의 경우 이번 총선에 주목할 만한 정치신인이 드물었다는 한계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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