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감원, '거수기 이사회'에 메스… 지배구조 개편 본격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5개 연구기관장 간담회 개최
주주환원 정책 강화 등 올해 금융산업 트렌드 선정
"낮은 주주가치가 증시 저평가 유발, 주주환원 강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금융사를 시작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본격화한다. 대주주에 치우친 지배구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8일 금융연구원·자본시장연구원·보험연구원 등 5개 연구기관장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인구구조 변화 ▷기후금융 ▷사이버 보안 ▷AI(인공지능) 금융 ▷주주환원(주주가치 제고) 정책 강화 등 5가지를 올해 금융산업 트렌드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상장사의 미흡한 주주환원 정책이 국내 주식시장 저평가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이라고 보고 이를 강화하기로 했다. 주주총회 내실화, 주주·이사 간 소통 등을 촉진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기업 지배구조가 정착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간담회는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열린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금감원은 최근 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3대 지방금융(BNK·DGB·JB) 등 8개 금융지주에 내달 중순까지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 이행 계획(로드맵)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내 일반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업은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2월 해외 금융사 지배구조·내부통제 체계 검토를 시작하면서 국내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사회 독립성 확보 ▷사외이사 지원체계 구축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승계 계획 마련 등 내용을 포함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했다.

이사회 산하 사외이사 지원 전담조직 구성, 이사회·사외이사 활동에 대한 주기적 평가체계 도입 등을 유도해 이른바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를 쇄신하겠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 시행까지 오는 7월로 다가오면서 각 은행은 내부통제 강화방안 수립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정부는 금융사에 더해 민영화된 공기업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전망이다. 이들 기업이 먼저 모범 모델을 만들면 민간 기업으로 효과가 확산할 거라는 판단이다.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국내 주식시장은 저조한 주주환원 등으로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주 친화적인 자사주 정책과 배당 확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이 필요하다"며 "기업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하지 않도록 기업의 자발적인 자사주 소각을 유도하고 자기주식 처분의 공정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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