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혁신도시 10년] 체육시설만15곳, 동구 전체의 두 배…시민에겐 '그림의 떡'

민간엔 꽁꽁 닫힌 기업 부대시설
관리자 부재·안전사고 등 각종 문제…개방 나선 곳도
정부가이드라인 이번엔?…공공기관 협력 추진도 주목

개방 중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테니스장 전경.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개방 중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테니스장 전경.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대구혁신도시가 기초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체육 시설의 두 배에 가까운 시설을 갖추고도 10년째 시민들에게 개방하지 않고 있어 볼멘소리가 나온다. 기획재정부에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 2022년 7월 공공기관 청사 활용 강화를 위해 부대시설에 대한 민간개방 등의 내용을 담은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내놨으나 아직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다만, 정부가 지역 상생 등에 대한 성과를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에 반영하기로 해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대구시도 이전공공기관과의 협약을 통해 기관에서 보유 중인 체육시설을 개방하고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대구 동구에서 바라본 대구혁신도시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 동구에서 바라본 대구혁신도시 전경. 매일신문 DB.

◆10년째 문 닫힌 혁신도시 체육시설

대구혁신도시 일대 주민들은 지난 2014년 공공기관들이 대거 이전하면서 활력이 넘치는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며 환영했었다. 12개 이전공공기관을 조성하며 마련하는 체육시설, 공원 등 각종 시설이 지역 상생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컸었다. 특히 대구혁신도시가 위치한 동구 지역 전역에 구청이 직접 운영하는 체육시설은 8곳인데 반해 대구혁신도시 내 이전공공기관에서 마련한 체육시설만 15곳에 달해 지역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이전 추진이 완료된 지 10년이 지나도록 기대와 달리 대부분 체육시설이 개방되지 않았고, 혁신동 주민들과 인근 기업들은 갈수록 불만이 쌓이고 있다. 세금을 들여 국가에서 지은 시설을 국민이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혁신도시에는 한국가스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등 8개 공공기관에서 보유한 체육시설은 15곳이다. 종목별로는 테니스장 7곳, 농구장 3곳, 풋살장 3곳, 축구장 1곳, 족구장 1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운영 중인 테니스장, 농구장, 풋살장만 시의 '통합예약시스템'에서 사용 예약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시설들은 시민들에게 개방하지 않고 있다. 일부 공공기관에선 유선으로 예약을 받고 있지만, 사실상 일반 시민이 이용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공기관별로 개방 여부를 살펴보면 ▷한국가스공사(축구장, 테니스장, 족구장) ▷한국산업단지공단(테니스장)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풋살장) ▷신용보증기금(테니스장) ▷중앙병역판정검사소(테니스장)는 미개방하고 있다. 유선으로 사용문의를 해야 하는 공공기관은 한국부동산원(테니스장, 농구장, 풋살장)과 중앙교육연수원(테니스장, 농구장)이다.

홍창식 혁신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은 "공공기관들이 좋은 시설을 공적으로 만들어 놓고 개인 것처럼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전 초기에는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하더니 지금 모르는 체하는 것은 올바른 처사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혁신동 내 한 기업 대표도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체육 등 동호회 활동을 지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회사 인근에서 하기란 한계가 있다"며 "시설을 갖춘 공공기관들이 지역의 기업들에도 상생의 손을 내밀어 준다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개방 중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테니스장 전경.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개방 중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테니스장 전경.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관리자 부재·안전사고 등 각종 문제 해결 방안 없나

시민들에게 체육시설을 개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공공기관들은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 소지 문제, 관리자 인력 문제, 국가보안시설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내부 직원들은 사규 등을 통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해결할 수 있지만, 시민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안전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책임을 어느 곳에서 지어야 할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보니 개방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가보안시설이라는 이유 등으로 시설을 개방하지 않는 이전공공기관도 있었다. 한국가스공사다. 공사 관계자는 "국가보안시설로 개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반해 대구시 통합예약시스템을 통해 시민 누구나 체육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 사례도 있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관계자는 "시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문을 열었다. 지역과 상생하는 방안이 있다면 언제든 협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케이메디허브는 청사 내 헬스장 등 체육시설 개방을 위한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이다. 케이메디허브 관계자는 "시민들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개방하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지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이드라인 이번엔 통할까…대구시, 공공기관 협력 추진

대구시는 혁신도시 내 공공기관들과 체육시설 개방을 위해 적극 소통에 나설 예정이다. 공공기관과 대구시, 동구청이 업무협약을 통해 개방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운영 계약은 2년으로 맺은 뒤 2년마다 연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설 운영은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에서 맡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시는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에서 지역 내 다양한 체육시설을 운영 관리하고 있는 만큼 원활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대구시가 대구혁신도시 내 구축 중인 복합혁신센터가 개장하면 이곳의 운영도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에서 맡을 예정이다 보니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체육시설 가운데 공공기관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시기에는 요일제나, 주 1회 직원 전용 사용일을 정하는 등 별도의 규정을 마련해 탄력적 운영도 고려 중이다.

지난해 10월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24년에 적용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 중 지역상생, 보유시설 편의제공 등이 포함된 만큼 공공기관들이 운영 방침을 변경할지도 주목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해당 항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국민 공공서비스 혁신 ▷지역사회 참여, 공공기관 보유 시설 이용 편의제공 노력과 지원 등 ▷새 정부 공공기관혁신가이드라인에 따른 혁신계획 이행실적 점검결과 반영 등이 있다.

다만,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이러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보니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19년 정부혁신 종합추진계획의 하나로 국토교통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은 혁신도시 이전공공기관들의 체육시설 개방을 위해 수차례에 걸쳐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대구혁신도시 내 이전공공기관 체육시설의 문을 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박윤희 대구시 기획조정실 광역협력담당관은 "시민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방에 나서는 이전공공기관에 대해 실질적 혜택을 제공하고자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이전공공기관들도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며 "대구혁신도시의 정주여건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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