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진 산불 2년] 풍력단지·동서 트레일·산지생태원 '돈 되는 숲' 재건

산림 복원은 어떻게…
1997년 산불로 폐허된 영덕 풍력단지 만들어 소득 창출, 관광 명소 발돋움 '낙수 효과'
동해안∼서해안 기찾길 연결…숲 활용한 새 관광 터전 기대
사유림 개발, 여전히 숙제로

울진 망양정에서 시작하는 동서트레일 개요도. 매일신문DB
울진 망양정에서 시작하는 동서트레일 개요도. 매일신문DB

전대미문의 화마가 할퀴고 간 울진 산림을 복원하는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라진 숲에 나무를 다시 심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이제 산림을 경제 자원으로 직결시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산불 피해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유림 복원에도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개별 산주들의 이해 관계를 넘어 대승적 차원의 복원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

◆풍력발전단지 조성

울진 산불 피해 지역에 들어설 주민참여형 풍력발전단지의 가치는 영덕군에 조성된 풍력발전단지를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해안을 끼고 있어 사계절 내내 바람이 많은 영덕읍 창포리에 들어선 풍력발전단지는 영덕의 유명 관광지인 해맞이공원 위쪽 언덕에 있는데, 이 일대는 지난 1997년 산불로 폐허가 됐던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면적은 16만6천117㎡로 사업비 675억원을 들여 지난 2005년 3월 21일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

총 시설용량은 39.6MW로, 1천650kW급 풍력발전기 24기가 설치돼 있으며 변전소 1동, 송전선로, 홍보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발전량은 연간 9만6천680MWh로 약 2만 가구, 영덕군민 전체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다.

경제적 효과도 상당하다. 한전에 판매해 벌어들이는 전기 수수료만 연간 100억원 정도다. 간접 효과까지 더하면 200억원 가량의 매출 소득이 발생한다는 것이 영덕군 설명이다.

이곳에는 관광객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이 영덕 지역 음식점과 숙박시설에 소비하는 비용이 적지 않다. 영덕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알려지면서 홍보 효과까지 덤으로 따라 붙었다. 산불 피해지에 들어선 풍력발전단지로, 경제적 가치의 산림 복원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돈이 되는 숲으로 복원

산불 피해 지역을 낙동정맥 트레일, 금강소나무숲길 등 기존 숲길을 연계하고 거점마을(센터)과 생태‧문화‧관광자원을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경북형 동서트레일 조성도 착착 진행 중이다.

경북형 동서트레일은 동해안 울진군에서 서해안인 충남 태안군까지 5개 광역시‧도를 연결하는 849km 규모의 산림 트레일이다.

남부지방산림청이 총 47억원의 국비를 투입해 울진군 근남면 수곡리 7천600㎡ 부지에 내년까지 거점마을(센터)을 완공하는 등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복원이 이뤄지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 산림 복원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림의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국립 산지생태원도 오는 2027년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에는 산불 피해를 입은 울진 지역 산림 생태 복원 과정을 관찰하고 삶의 터전을 잃은 지역주민들의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들어선다.

산불 재난으로부터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고 자생식물, 희귀식물, 멸종위기종 서식지 및 우리나라 최대 소나무 숲인 금강송군락지 인접지 연구 등을 통해 과학기술과 융합된 미래숲을 조성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또 산불피해 지역을 다크투어리즘(역사적 재난의 현장이나 자연재해의 장소를 방문하며 그 의미를 되새기는 여행)과 연계하는 등 경제적 활용 방안을 마련한다.

손병복 울진군수는 "수십 년 뒤 관광 자원이 되는 산림, 주민 소득이 되는 산림 복원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사유림을 어쩌나

국유림은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경제적 복원이 가능하지만, 울진 산불 피해면적의 70%에 해당하는 사유림은 난제가 적지 않다. 중앙 정부가 국비를 지원하거나 민간 투자자가 매입해 개발하지 않는 한 산주 개인에게 복원을 맡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유림의 경우 울진군은 오는 2027년까지 5년 동안 총 1천795억원(국비 1천88억원, 지방비 70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긴급 벌채, 긴급 사방, 항구 복구 등을 시행한다.

산사태 우려지, 암석지 등 벌채가 불가능한 지역과 자연 회복력이 높은 지역은 자연복원 구역으로, 벌채·조림이 가능한 곳은 인공복원 구역으로 구분해 산림의 6대 기능(목재생산림, 수원함양림, 산림재해방지림, 생활환경보전림, 자연환경보전림, 산림휴양림)을 고려해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사유림이다. 산불 피해를 입은 대부분의 사유림이 울진 임업농가의 소득원인 송이산으로, 산주들은 송이산을 복원하기 위해 벌채 후 소나무를 다시 심어 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복원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울진군은 산주들의 뜻이 중요한 만큼 최대한 의견을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울진군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산주들이 송이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다시 소나무 조림으로 복원하는 수순을 밟을 것 같다"며 "국유림과 달리 사유림의 개발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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