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력계 명품 구원투수 양수발전, 경북 북부 발전도 견인할까?

재생에너지 부각에 양수발전소 새롭게 두각
경북 북부권, 국내 양수발전소 30% 밀집된 직접지 발돋음
영양·봉화 신규 양수발전소, 2035년부터 준공 예정

경북 영양군 영양읍에서 군민들이 양수발전소 유치를 기원하며 결의 대회가 진행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경북 영양군 영양읍에서 군민들이 양수발전소 유치를 기원하며 결의 대회가 진행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한국중부발전과 봉화군이 양수발전소 유치 감사 행사를 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한국중부발전과 봉화군이 양수발전소 유치 감사 행사를 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경북 북부 지역이 국내 양수발전소 최대 집적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영양군과 봉화군을 새로운 양수발전소 건설지로 선정했다. 3조원 이상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천과 청송을 비롯해 현재 전국 7곳에 운영 중인 양수발전소는 하부댐에서 상부댐으로 물을 끌어올린 뒤 낙차를 활용해 필요할 때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경북 북부권에 신규 양수발전소 2곳이 새롭게 들어서면서 지역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신규 양수발전소가 조성될 경북 영양군 일월면 용화리의 댐 건설 상하부 위치도. 영양군 제공
신규 양수발전소가 조성될 경북 영양군 일월면 용화리의 댐 건설 상하부 위치도. 영양군 제공

◆양수발전, "전력계 명품 구원투수"
정부가 양수발전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단 3분만에 가동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신속한 대응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양수발전은 원자력발전소 및 화력발전소 설비가 고장날 때나 여름철 등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시기에 구원투수 역할을 한다.

2011년 9월 국내 전력수요 급증으로 순환 정전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양수발전소가 대규모 정전 사태를 막은 숨은 공신으로 떠올랐다.

2016년 9월 경주지진 당시에도 월성원전 1~4호기를 순차적으로 정지하기 전에 총 2.4GW 규모의 양수발전을 우선 가동해 출력 변동을 최소화했다.

2022년 3월 울진·삼척 산불 때 한울원전 출력을 떨어뜨릴 때도 총 1.38GW 규모의 양수발전을 가동했다.

양수발전은 광역 정전사태 발생 시 대형 발전소를 재가동하는 불쏘시개 역할도 담당한다. 양수발전 시스템을 통해 대형 발전소를 돌릴 수 있는 전력을 순차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출력 변동이 큰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서 양수발전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에너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기존 원자력과 화력을 보조하던 양수발전이 환경에 따라 전력 생산량의 차이가 발생하는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새로운 구원투수로도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봉화 양수발전소 사업대상지. 봉화군 제공
봉화 양수발전소 사업대상지. 봉화군 제공
봉화 양수발전소 조감도. 봉화군 제공
봉화 양수발전소 조감도. 봉화군 제공

◆왜 양수발전소인가?

정부는 지난 2011년 예천을 마지막으로 양수발전소 신규 건설을 중단했다. 낙차가 필요한 산지에 짓다 보니 환경 파괴와 이에 따른 주민 민원이나 환경 단체 반대가 심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양수발전소 건립을 다시 재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역소멸 위기'가 있다. 급격한 인구 감소로 지역발전 동력을 상실한 전국 지자체들이 치열한 유치전까지 벌였다.

공사 기간만 10년 이상 걸리는 양소발전소 건립에는 통상 1조~2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준공 이후에는 관광 명소로도 개발이 가능하다. 지역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자체들 입장에서 양수발전소 유치는 ▷지역경제 활성화 ▷인구 증가 ▷관광객 유입 등 1석3조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인구 1만5천명의 영양군이 지난해 10월 개최한 '범군민 유치 총결의대회'에는 모두 1만여명이 몰렸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과거 적자였던 양수발전소 사업도 흑자로 돌아섰다. 해마다 1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던 한국수력원자력 양수발전 부문은 가동률이 10% 초반에서 25%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지난해 66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석탄 발전 퇴출 및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축소와 함께 양수발전이 매력적인 신사업으로 급부상한 결과다.

◆영양·봉화, 장밋빛 미래 기대

지난해 12월 산자부 발표에 따라 영양군과 봉화군에는 2035년부터 1GW, 500MW 용량의 양수발전소가 순차적으로 준공될 예정이다. 영양과 봉화 등 산 높고 골 깊은 경북 북부지역 일대가 국내 양수발전소 30%를 차지하는 최대 집적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양군은 한수원에서 일월면 일대에 1GW (사업비 2조원) 규모, 봉화군은 한국중부발전에서 소천면 일대 0.5GW (1조원) 규모의 양수발전소를 건립한다.

양수발전소 유치 확정으로 영양군은 초기 건립에 들어가는 인력 수요를 통해 150여명의 정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1조6천억원 규모의 순수 건설비 투입으로 지역 중장비업체, 숙박시설, 식당 등에 자금이 도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매년 14억원 규모의 지방 세수를 확보해 지속 가능한 지방재정도 확보할 계획이다. 또 936억원 규모의 지역발전 지원금을 통해 주민복지 사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등 정주 여건 개선에도 힘쓸 전망이다.

양수발전소가 조성되는 곳에는 홍보관, 산정호수 숙박시설, 카페 등 다양한 연계시설을 조성하는 등 지역의 새로운 관광 랜드마크로 육성할 계획이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극심한 인구감소로 소멸 위기에 봉착한 영양군은 미래 생존 전략으로 양수발전소 건설을 선택하고 유치에 총력을 쏟았다"며 "대규모 국책사업 자금이 지역으로 유입돼 영양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북 영양지역에 양수발전소를 유치하고자 바르게살기운동영양군협의회가 지난해 양수발전소 유치 이유와 관련한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군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경북 영양지역에 양수발전소를 유치하고자 바르게살기운동영양군협의회가 지난해 양수발전소 유치 이유와 관련한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군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봉화군도 양수발전소 조성을 통해 6천명 이상의 직·간접적 고용효과와 1조 원 이상의 생산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했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주민소득 및 인구 증가 등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대한 법률에 따라 특별지원사업비 150억원, 기본지원사업비 221억원 등 371억원 이상의 지원금과 매년 10억원 상당의 세수증대 등도 예상했다.

봉화군은 양수발전소 주변에 홍보관 등을 짓고 인근 분천산타마을과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 K- 베트남 밸리, 청량산 등과 연계한 체류형 관광 자원으로 활성화한다.

양수발전소가 들어서면 기상 이변에 따른 홍수피해 예방, 농업용수 부족 해소, 산불진화 용수 확보 등 각종 재해와 재난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봉화 양수발전소 건립에는 약 10년 동안의 공사 기간에 걸쳐 1조원 이상이 사업비 투입된다. 군 개청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라며 "봉화의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기대' 와 '우려' 공존
양수발전소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양수발전소 건립 시 수년간 진행될 건설 현장의 소음과 분진 피해를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2011년 800MW 용량의 양수발전소가 들어선 예천군 은풍면 금곡리 주민들은 지난해 여름 내린 극한 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 2명이 숨진 것과 관련, 양수발전소 관리 부실을 산사태 원인으로 지목했다.

주민들은 "예천양수발전소 상부댐 근처에서 산사태가 처음 발생했다. 양수발전소 관리 미흡으로 발생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수원은 정밀조사를 시행하는 등 정확한 원인 규명에 나선 상황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지난 2021년부터 국내 최초로 발전용 댐인 청송양수발전소에 설치해 가동 중인 수상태양광의 모습. 한수원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지난 2021년부터 국내 최초로 발전용 댐인 청송양수발전소에 설치해 가동 중인 수상태양광의 모습. 한수원 제공

이와 달리 2006년 문을 연 청송 양수발전소는 지역 상생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아 대조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청송 양수장학회를 통해 매년 발전소 주변 지역에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으며, 장애인과 저소득층 등을 지원하고 있다.

2021년에는 국내 최초의 수상태양광발전소를 건설했다. 저수지 면적의 약 5.7%에 해당하는 2만9천450㎡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 연간 5천900㎿h의 에너지를 생산한다. 이는 청송군 2천900여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청송 양수발전소 관계자는 "수상태양광발전소는 친환경과 안전이 핵심 키워드인 에너지 전환 시대의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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