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령 인구 감소 돌파구, 외국인 근로자 유입 역할 '다문화 학생'

다문화학생 10여년간 5배 이상 급증…학령인구 감소 방파제

저출산과 농촌의 이농현상으로 초등학교 신입생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4일 오전 개교 93년의 영덕 지품초등학교에서 병설유치원 1명, 초등학생 3명, 중학생 5명 등 새내기들을 위해 열린 '2024년도 신입생 입학식'에서 유치원 입학생이 재학생들의 환영을 받으며 강당으로 입장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대구경북에서 입학생이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는 경북 27곳, 대구 3곳 등 모두 30곳으로 집계됐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저출산과 농촌의 이농현상으로 초등학교 신입생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4일 오전 개교 93년의 영덕 지품초등학교에서 병설유치원 1명, 초등학생 3명, 중학생 5명 등 새내기들을 위해 열린 '2024년도 신입생 입학식'에서 유치원 입학생이 재학생들의 환영을 받으며 강당으로 입장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대구경북에서 입학생이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는 경북 27곳, 대구 3곳 등 모두 30곳으로 집계됐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 4일 경북 영덕 지품초등학교. 개교 93주년을 맞은 지품초는 그간 4천485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나, 입학식이 열린 이날 이 학교에서 만난 신입생은 단 3명뿐이었다.

이날 신입생 3명 중 1명은 국제결혼을 통해 국내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의 학생이다. 입학식에 참석한 전교생 22명 중 15명(68%)이 다문화학생이다. 입학생 중 다문화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역소멸 위기가 심화하고 있는 경북에서 '다문화학생'이 구세주로 떠오르고 있다. 학령 인구 급감 속에 학교 생존의 돌파구가 될 뿐 아니라 국내 노동력 부족 심화 속에 외국인 근로자를 유입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전교생이 다문화학생
김천의 A초교는 3년째 입학식에 신입생을 받지 못했다. 이 학교는 전교생이 100% 다문화학생이다. 경북에는 A초교를 포함해 전교생이 모두 다문화 학생인 학교가 포항과 의성을 포함해 모두 3곳 있다. 이들 학교는 2~6명에 불과한 전교생이 모두 다문화학생이다. 다문화학생을 받지 못하면 학교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매일 '신입생이 들어왔느냐', '동네에 아이가 태어난 집이 없느냐' 묻는 것이 직원들 사이에서 안부인사가 됐다"며 "국내 출생 다문화 가정 학생은 사실 일반학생과 구별하기 어렵다. 다문화학생 신입생이 꾸준히 들어왔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다.

올해 경북 초등학교 27곳은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는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경북 지역 초·중·고등학생은24만9천95명으로 최근 10년새 7만288명이 줄었다.

반면 경북 지역 다문화 초·중·고등학생은 지난 2011년 2천34명에서 지난해 기준 1만2천240명으로 급증했다. 다문화학생 비율은 10년 전 전체의 1.07%에서 지난해 기준 4.89%로 훌쩍 뛰었다. 다문화학생이 심화하는 학령인구 감소 현상에 대응하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문화학교 시대 성큼
지난해 말 기준 경북 지역 906개 초·중·고등학교 중 다문화 학생 비율이 30% 넘는 다문화 밀집 학교는 132곳으로 전체의 14%나 된다. 초등학교 기준으로는 전체 466곳 중 20%인 91개 학교가 다문화 학생 비율 30%를 넘었다.

도내 22개 시군 가운데 다문화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영양군(17.45%)이다. 극심한 인구 감소를 겪는 영양 지역에서 국제결혼 등을 통한 다문화 가정 구성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어 성주 13.63%, 청송 12.8%, 의성 12.52%, 고령 12.34%, 영덕 10.68% 등의 순으로 10% 비율이 넘었다.

또 다문화학생 수가 가장 많은 경북 지자체는 경주(1천800명)다. 이어 포항(1천431명), 구미(1천333명), 경산(1천40명) 등의 순으로 1천명 이상의 다문화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들 지역에 다문화학생이 가장 많은 이유는 일자리를 찾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근로자 자녀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아서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교육 여건이 좋은 대도시에 외국인 근로자 자녀들이 많다"며 "이들 다문화학생을 위한 교육 시스템 개선에 나선다면 외국인 근로자 유입을 가속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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