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취임…'포항시-포스코' 갈등 풀고 새 성장 엔진 돌린다

이강덕 시장과 대화 첫 행보 "지역 상생안 마련해 현실화"
새로운 유대관계 정립 의지
철강위기극복·2차전지소재 사업 확대 등에 주력

장인화 포스코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56기 포스코홀딩스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장인화 포스코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56기 포스코홀딩스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전경. 매일신문DB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전경. 매일신문DB

포스코그룹 10번째 회장이 된 장인화 회장은 21일 취임 첫 날부터 풀어야 할 여러 숙제로 어깨가 무겁다.

장 회장은 이날 '작은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이강덕 포항시장을 찾아 그간의 갈등해소를 위해 손을 내민다. 포스코에서 근무했던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도 중간에서 역할을 하며 '포항-포스코' 관계개선에 힘을 보탠다.

장 회장은 새롭게 지역과 든든한 유대관계를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철강 사업 경쟁력 강화를 꾀할 방침이다. 철강업은 포스코그룹의 주력 사업이자 신사업인 2차전지 등 미래소재 분야에 대한 투자 재원이기 때문이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철강과 신사업 등 그룹의 양대 성장 엔진을 다시 힘차게 돌릴 강력한 리더십을 장 회장이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항-포스코 '윈윈'

장 회장은 21일 저녁 이강덕 포항시장과 만나 포스코홀딩스 설립 과정에서 폭발된 갈등을 어떻게 풀지 머리를 맞댄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2021년 포스코홀딩스 설립 과정에서 본사 소재지를 서울에 두기로 하면서 포항시와 갈등이 본격화 됐다. 시민 반발로, 양측은 이듬해 2월 본사 소재지 포항 이전 및 미래기술연구원 포항본원 설치, 상생협력 강화 등을 담은 합의문을 만들었다.

하지만 2023년 포스코홀딩스가 미래기술연구원 포항본원은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내 빈 건물을 리모델링 해 문을 연 반면 분원은 경기 성남에 대규모로 조성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갈등이 더 커졌다.

포항 지역에서는 지난 1년 여 동안 최정우 전 회장 퇴진 운동에 이어 장 회장이 후보로 결정된 것에 대해 무효를 요구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여기에 더해 의사과학자 양성을 목표로 한 포스텍의대 및 부속병원 설립에 포스코그룹의 과감한 투자 요청도 나왔다.

양측의 첨예한 이해 관계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취임한 장 회장은 '덕장'의 지혜를 살려 관련 해법을 원만하게 찾아나갈 것이라고 내외부는 보고 있다 .

미지근한 답변보다는 끊고 맺음을 통해 포항시와 협의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장 회장이 포항시민들에게 꺼낸 카드는 모두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포스텍 의대 및 병원설립은 정부가 돕지 않는다면 포스코에서 매년 700억~800억원에 달하는 운영 비용 지원이 쉽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년 전부터 세계적인 철강경기 침체로 실적악화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양극재 시장마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지역에 대한 직접 투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장 회장이 지역에 대한 투자 의지가 강한 만큼 이전과는 다른 긍정적인 형태의 관계가 정립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합리적인 선에서 지역과 상생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현실화하는데 포스코가 최선을 다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했다.

포항제철소 전경. 매일신문DB
포항제철소 전경. 매일신문DB

◆본업 '철강' 경쟁력 확보

장 회장 앞에는 심각한 포스코 철강 사업 부진이 놓여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철강업황이 둔화한 가운데 원가 구조가 저렴한 중국산, 미국 관세 쿼터가 높은 일본산 철강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철강사업 위기는 더 커지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에 따르면 지난해 그룹사 연결기준 매출액이 2022년 말 목표로 제시했던 86조원 보다 8조9천억원 줄어든 77조1천270억원에 머물렀다. 영업이익율도 2021년 12.1%에서 2022년 5.7%로 주저앉았고 지난해에는 4.6%까지 추락했다. 이는 철강사업 부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포스코 철강부문 영업이익만 떼보면 2조5천570억 원으로 전년(3조2천360억 원) 대비 21%, 2021년(8조4천400억 원) 대비 70% 하락했다.

포스코가 2차전지 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철강이 포스코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0%를 넘나든다. 철강부문 부진이 기업 전체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라는 얘기다.

포스코 측은 장 회장의 사장 시절 업무 능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포스코의 첫 해외 고로 일관제철소인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 등 해외 생산기지 건설, 기가스틸로 대표하는 프리미엄 철강재 개발,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통한 철강마케팅 및 판매구조 고도화, 일본 토요타를 비롯한 글로벌 메이저 철강 수요기업 확보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

탄소중립 규제에 발맞춘 수소환원제철(하이렉스) 전환도 고민스러운 문제다.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상용화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까진 '연구→EPC(설계·조달·시공)→조업기술 안정화→스마트화' 등 4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단계별 소요시간(2년 가량)이 만만치 않다.

현재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내에 '하이렉스' 시험설비를 건설하고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는 수소환원제철 건립을 위한 포항제철소 인접 공유수면 135만㎡(약41만평)매립 사업을 위한 부지조성 인허가 확보다. 포스코 측은 2024년 9월 인허가 완료, 2027년 호안축조, 2033년 수소환원제철 고로 포항 1기 준공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2차전지 등 신성장 사업 추진

2차전지 소재 그룹사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글로벌 전기차 수요 침체로 연간 실적이 전망치를 밑돌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최대 매출(4조7천599억원)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359억원으로 전년(1천659억 원) 보다 무려 78.4%나 줄었다. 이 때문에 신사업 실적 개선과 혁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 회장도 이에 대한 위기감을 친환경미래소재를 이끌 수장을 바꾸며 신사업 부문에 대한 재정비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에서 그룹의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주도했던 김준형 총괄은 포스코홀딩스로 자리를 옮긴 뒤, "전반적인 투자기조를 잇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총괄은 "신임 회장은 전체적으로 2차전지 투자 속도를 조정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주변 환경은 힘들지만)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 앞으로 미래 성장산업으로 이끌겠다"고 했다.

포스코퓨처엠이 주력하는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 대신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채택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머리를 아프게 한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가격이 30% 이상 저렴하다. 전기차 제조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저렴한 배터리 가격 확보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에 LFP 배터리 시장 진출에 대한 결정도 빠르게 검토될 전망이다.

장 회장은 사장 재임기간 동안 호주 로이힐 철광석 광산 개발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며 철강 원‧연료 자급 비율을 높인 바 있다. 또 리튬 광산 개발 투자 등을 통해 양‧음극재 등 2차전지 소재 사업의 조기 상업화도 주도한 경험이 있어 신성장 사업에 대한 미래 전망을 밝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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