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보 사랑해"…전복된 선박 선장의 마지막 고백, 답장은 못 읽어

20일 오전 일본에서 전복된 배에 한국인 2명 등 총 9명 목숨 잃어
전복 직전 아내에게 "사랑해", 아내도 화답했지만 끝내 못 읽어

20일 오전 일본 혼슈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 무쓰레섬 앞바다에서 화학제품을 운반하는 한국 선적의 운반선이 전복돼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일본 혼슈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 무쓰레섬 앞바다에서 화학제품을 운반하는 한국 선적의 운반선이 전복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일본 시모노세키 앞바다에서 전복된 한국 선적 선박에 탔던 선장과 기관장 등 한국인 2명이 모두 사망했다. 특히 선장 A씨는 선박이 전복되기 직전 아내에게 '여보 사랑해'라는 마지막 고백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망한 선장과 기관장의 유족들은 부산 동구의 선사 사무실 내 가족대기실에 머물고 있다. 선장의 가족 A씨는 "(선박이 전복하기 직전인) 오전 7시 30분 쯤 선장이 아내한테 '여보 사랑해'라고 문자를 보냈다"며 "여기에 아내가 '사랑해'라고 답했지만 읽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장에게는 2명의 자녀가 있는데, 회사에도 나가지 못한 채 집에서 울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숨진 기관장의 가족은 "선원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끝까지 배에 남아 선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선장님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선장은 선원들을 먼저 피신시킨 뒤 미처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학 졸업 직후 배를 타기 시작해, 경력이 수 십 년에 달하는 선장은 평소에도 책임감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슬픔에 빠진 유족들은 사고 당시의 정확한 사고 경위에 대해 궁금해했다. A씨는 "울산으로 향하던 선박이 어떠한 이유로 궂은 날씨에도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고 닻을 내린 것인지 궁금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고가 난 것인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사고는 현재 일본 해상보안청이 사고 현장을 자체 수색 중이며, 우리나라 해경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수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선사 측은 선원 구조 상황과 사고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20일, 직원을 일본에 급파했다.

선사에 따르면, 이 선박은 지난 18일 오후 2시 30분에 히메지항에서 출항해 울산으로 향했으며, 지난 20일 오전 2시 쯤 강풍과 파도가 심해지면서 무쓰레섬 앞바다에서 닻을 내리고 정박했다.

그리고 전복한 지 5시간 만인 오전 7시 쯤 '배가 기울고 있다'는 신고가 일본 해상보안부에 들어갔고, 전복된 수송선 주변 바다에서 헬기와 순시선을 동원해 구조활동을 벌였다. 수송선에는 한국인 2명, 인도네시아인 8명, 중국인 1명 등 모두 11명이 타고 있었는데, 이 중 한국인 2명 등 총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선사 측은 궂은 날씨에도 선박이 회항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항구로 함부로 되돌아오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하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전문가들이 날씨와 선박 컨디션 등을 다 고려해 조사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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