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대중(對中) 사대주의 끝판왕 이재명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왜 중국을 집적거려요. 그냥 (중국에) '셰셰'(谢谢·감사합니다),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 뭐 자꾸 여기저기 집적거리나. 양안 문제 우리가 왜 개입하나? 대만 해협이 뭘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 있나? 그냥 우리는 우리 잘 살면 되는 것 아닌가?"

충격적이고 참담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 발언은 주권국가 한국 정치 지도자의 입에서 나온 게 맞는지 귀를 의심케 한다. 그만큼 사대주의적이다. 이 대표는 이미 지난해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는 중국 대사의 협박성 발언에 그저 '셰셰' 하며 고개를 숙여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럼에도 그의 '사대주의'는 견고하다. 그의 이번 중국 관련 발언은 이를 절절히 보여준다.

'무조건 중국에 투자하면 언젠가는 분명히 중국 경제성장의 보너스를 누릴 것'이라고 장담하는 중국 대사에게 이 대표는 '셰셰' 하며 맞장구쳤다. 과연 그럴까? 중국 경제는 위기를 맞고 있다.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대표는 "(우리가 중국을) 자꾸 집적거려서 중국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싫어해서 (한국산을) 사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 최대 흑자·수출 국가 중국이 지금은 최대 수입 국가가 돼 버렸다"고 양국 간 교역 상황을 호도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 이후 우리의 최대 교역 국가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됐다.

이 대표는 중국의 사드 보복도 우리의 주권을 무시한 어처구니없는 조치였다고 여기지 않는 모양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가 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의 MD에 가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으며, 기존 사드도 운용하지 않는다는 '3불1한'(3不1限)을 중국과 비밀 합의한 것은 '셰셰' 한 결과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이자 대국'이라고 치켜세우면서 '중국몽에 함께하겠다'고 '셰셰' 한 이후 받아든 것이 '3불1한'이란 굴욕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중국을 집적거린 것'이 아니라 '친중'으로 기울어져 있던 외교의 축을 정상화하려 했다. 이 대표 눈에는 그것이 중국에 집적거리는 것인지 묻고 싶다. '양안 문제'는 '남의 집 불구경' 거리가 아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공공연하게 수년 내 대만과의 통일을 주장하고 있다. 그게 실행으로 옮겨지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안보도 위기를 피할 수 없다는 게 국내외 안보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입 닥치고 '셰셰' 하기만 하면 우리는 잘 살 수 있을까?

이 대표의 발언은 자주 외교라는 기본을 저버린, '중국 부역자'의 입장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중국이 무슨 짓을 하든, 고개 숙이고 '셰셰'만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우리는 잘 살 것이라는 이 대표의 인식은 참으로 이상하다. 근거 없는 낙관주의와 대중(對中) 사대주의의 기괴한 결합이다.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을 드러낸다. '집적댔다'는 표현은 이재명의 사람됨이 어떤 수준인지 충분히 짐작게 한다.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을 패러디한다며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한 '대검' '몽둥이' '대가리' 발언도 마찬가지다. 광주에 출마한 이낙연 새로운미래 상임고문이 "5월 광주를 언급할 때는 애도와 겸허함을 지키며 지극히 조심해야 한다"고 에둘러 비판했지만 그럴 인성이었다면 애초에 그런 발언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런 막말과 좌충우돌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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