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을 ‘아시아 이주 허브(hub)’로…이민정책 본격화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 돌파구
외국인 포용력이 지방시대 가장 강력한 경쟁력

정성현 경북도 지방시대정책국장이 2일 오후 경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정성현 경북도 지방시대정책국장이 2일 오후 경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이민정책 기본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한 경상북도가 '아시아 이주 허브'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보수적 정서가 강한 경북이 국내 이민 '성지(性地)'로 거듭나기 위해선 우수 외국인 인재 유치 등 제도적 지원과 함께 도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이웃사촌 외국인 주민 급증

2일 경북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도내 외국인 주민은 총 10만4천564명으로 같은 해 경북 전체 인구(262만373명)의 약 4% 수준이다. 2011년 5만808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주민은 매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도내에선 경주(1만9천280명), 경산(1만7천964명), 포항(1만1천919명), 구미(9천715명) 등을 중심으로 외국인이 집중 거주하고 있다. 경주·경산을 포함한 8개 시·군은 전체 주민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5%를 훌쩍 넘었다.

많은 외국인이 도내에 거주하고 있는 만큼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존 원주민과 이들과의 '융화'다. 경북도가 외국인 유학생 유치, 숙련근로자 유입, 취·창업 지원을 통한 정착 도모 등 지원보다 '개방 사회'를 위한 도민 인식 개선에 집중하는 건 이 때문이기도 하다.

도민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경북도는 각종 교육·캠페인 등을 실시할 방침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근무하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임직원 교육 등 차별방지 교육도 강화한다. 또, 외국인 수용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청년·청소년 세대를 대상으로 다문화 감수성 캠페인과 커뮤니티 지원 등을 실시해 변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이주민에 대한 도민 인식 개선 방안. 경북도 제공.
이주민에 대한 도민 인식 개선 방안. 경북도 제공.

이주민이 지역 사회와 융화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 뒀다. 도내 각 권역별로 '경북 글로벌 학당'을 운영해 한국어, 사회화 교육을 실시한다. 특히, 온라인 학습 시스템을 구축해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탈선율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주민 2세대에 대해선 자녀 맞춤형 돌봄을 통해 이들이 한국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할 방침이다.

국제 사회에 '모범 경북'의 이미지를 확산할 수 있는 방안도 세워뒀다. 기존의 현금·현물 지원 등의 공적개발원조(ODA)에서 넘어선 '사람 중심 원조' 개념을 도입한다. 유학 등을 통해 해외 우수인재를 지역에서 양성하고, 국내 정착 이후 본국으로 귀국할 때는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순환형 이주제도'가 골자다. 우수인재에 한해선 3년 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이들의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선도적인 이민정책 추진으로 지역 경제의 활력을 이끌어 내고, 이민자에 대한 안정적 정착에 초점을 맞춘 지원으로 경북을 '글로벌 이주 허브'로 만들겠다"고 했다.

출입국 이민·관리청 유치 전략. 경북도 제공.
출입국 이민·관리청 유치 전략. 경북도 제공.

◆'이민청' 반드시 유치해야

이 같은 야심찬 계획이 방점을 찍기 위해선,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유치가 선결 과제로 꼽힌다. 이민청 설립은 제23대 국회 개원 후 본격화 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경북을 제외한 타 시·도에서도 유치전에 참전한 상태다.

이에 경북도는 독일 연방 이민난민청이 있는 뉘른베르크(Nürnberg) 사례를 들며, '발상의 전환' 전략을 수립해뒀다. 약 100년 전 나치의 유태인 학살 범죄가 자행된 뉘른베르크는 독일에서 보수세가 가장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독일 연방정부는 아프리카·동유럽 등지에서 발생한 이민·난민자의 불법 월경 시도가 잇따르자, 2005년 뉘른베르크에 이민난민청을 신설했다. 이민·난민의 사회 통합 정책 수립과 집행 등의 역할을 하는 이곳은 한동훈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시절이던 지난해 3월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이민난민청 설립 이후 독일은 난민 발생이 끊이지 않는 유럽에서도 비교적 국경 관리와 이주민의 국내 정착 등이 수월하게 이뤄지는 곳으로 꼽힌다.

정성현 경북도 지방시대정책국장은 "이민청은 단순히 접근성·교통망만 따져 입지를 선정해선 안된다. 이주민 수용은 국가 정책의 패러다임을 대전환하는 일"이라며 "지방소멸이 심각해 이주민이 가장 필요한 경북에 이민청이 들어서고, 이를 토대로 '경북형 이민계획'이 전국적 모델로 확산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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