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론새평] 진정한 지도자는 합의의 틀을 만드는 사람이다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이 글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4월 10일) 이전에 준비되었기 때문에 칼럼이 나가는 때는 이미 선거가 마무리되었을 시점일 것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국회를 앞두고 이 시대 이 나라에 필요한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정치 지도자가 가져야 할 덕목은 정치인으로서의 소명 의식, 열정, 책임감 그리고 이것과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는 지력, 소통 능력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특히 한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으로서 국가가 가야 할 비전을 세우고, 국민과 그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공유해야 한다. 이 밖에도 여러 덕목들이 있겠으나 그 가운데 유난히 이 시대의 진정한 정치 지도자 모습을 보여줬던 사람이 실천했던 덕목이 떠오른다.

세대, 성별, 인종 등을 막론하고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인물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마틴 루서 킹 주니어(Martin Luther King, Jr.) 목사이다. 미국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킹 목사의 모습과 흔적이 없는 곳을 찾아 볼 수가 없다. 20세기 중반 미국의 인권운동을 이끌었던 그는 지도자의 자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진정한 지도자(leader)는 합의를 모색하는 사람이 아니라 합의의 틀을 만드는 사람이다."

합의(合意) 혹은 동의(同意)란 둘 이상 사람들의 뜻이 서로 일치하는 것으로 작게는 가족에서 크게는 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집단과 공동체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열쇠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람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집단이나 공동체 구성원들의 의견이 일치하기는 매우 어렵다.

게다가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합의에 이르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결국 구성원 모두가 만족하는 만장일치가 아닌 한 각자의 의견이 달라서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조금씩 양보하는 희생이 따라야 한다. 이 같은 구성원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공동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다.

그렇다면 훌륭한 지도자는 현실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킹 목사에 따르면 지도자는 어떤 일이나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방법을 일일이 궁리하고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합의의 틀이 되는 규칙이나 법을 만들어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서 한 국가의 틀이 되는 헌법과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막중한 역할을 하는 정치 지도자이다.

국민의 합의를 이끌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다. 크게 두 가지 비용을 생각할 수 있는데, 첫째는 합의를 도출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다. 여기에는 토론, 설득, 교섭 등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 등의 비용이 포함된다. 작은 공동체나 지역에 비해 구성원의 수가 많은 국가적 합의는 그만큼 의사결정 비용이 크다.

두 번째 비용은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합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 이들이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의 비용이다. 즉, 만장일치의 경우를 제외하면 합의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반대했던 사람들이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이다. 이 두 비용을 합한 것이 결국 정치적 의사결정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과 같은 정치 지도자는 이 같은 정치적 의사결정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규칙 혹은 법을 만들어야 한다.

주민과 지역을 대표해서 바람직한 규칙을 만들고 국가가 가야 할 목적지를 선택하는 정치 지도자는 대중들이 어디로 가는지를 보고 단순히 앞장만 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순간적이고 감정적인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대다수의 국민이 삶의 현장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규칙을 정하는 것이 진정한 지도자이다.

세월이 갈수록 정치판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서 국민들은 짜증을 넘어 허탈한 수준에 이르렀다. 과연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국민들의 합의를 제대로 이끌 수 있는 틀을 제대로 만들고, 대한민국호의 여정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정치 지도자들을 선택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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