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나금융 계열 하나대체투자 도덕적 해이에 철거업체는 부도 직전 몰려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회사가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회사 앞에 내건 플래카드. 박진종 기자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회사가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회사 앞에 내건 플래카드. 박진종 기자

"철거공사를 마무리한 지 7개월이 지났는데 공사비를 주기는 커녕 알박기 한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저희를 포함해 다른 하청업체까지 부도가 나게 생겼습니다."

서울의 A철거업체 관계자는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인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하 하나대체)이 공사비 10억원을 지급하지 않아 부도 위기에 쳐했다고 하소연했다. 국내 대표 금융그룹의 계열사를 믿었던 A회사는 해당 부지가 최근 공매에 넘어가 주인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고 공사비를 영원히 받지 못할까 걱정하고 있었다.

하나대체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철거업체와 그 협력업체들이 부도 직전의 상황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용산에 부동산 개발 사업에 관여한 하나대체가 A회사에 철거작업을 시켜놓고 정작 부지가 공매에 넘어가자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있는 것.

A철거업체는 지난해 7월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코너스톤에이치피에프브이의 자산관리회사(AMC) 하나대체를 통해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부지(한강로2가 42 일원, 총 3필지)에 대한 철거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철거업체가 작업을 진행한 부지 한강로2가 42 일원은 에이치디홀딩스리미티드(HD홀딩스)가 지난 2021년 12월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코너스톤에이치피에프브이를 통해 매입, 업무복합시설 건립을 추진한 곳이다.

하나대체는 코너스톤에치이피에프브이의 출자자이면서 사업의 자산관리회사 및 자금을 대여한 대주이다. A업체와의 철거용역 계약을 추진하고 관리한 곳도 하나대체이다. A업체가 계약 이후 성실히 공사를 진행해 3개월 만에 철거를 완료했다. 하지만 이미 공사 작업이 시작될때부터 해당 코너스톤에이치피에프브이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회사 관계자들이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회사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박진종 기자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회사 관계자들이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회사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박진종 기자

코너스톤에이치피에프브이가 사업진행을 위해 SPC와 체결한 대출약정을 이행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10월 기한이익상실(EOD) 요건이 발동된 것. 이후 대주이자 우선수익권자들인 SPC는 사업 부지에 대한 공매 절차를 요청했고, 코너스톤에이치피에프브이는 공매 절차를 진행했다.

한창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EOD가 발생했고 공매 절차가 진행됐지만 하나대체는 A업체에 이 사실을 전달하지 않았다.

A업체 관계자는 "계약 이후 첫 공사가 들어갈때 쯤 사업이 조금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확인을 했더니 새로운 대출을 실행해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다고 하나대체측이 말했다"라며 "그말을 믿고 우리는 다 했는데 공매가 되는 그 순간까지도 우리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지가 공매로 정리된다는 것은 사업이 실패해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 경우 철거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코너스톤에이치피에프브이와 하나대체는 업체의 비용을 지급하기는커녕, 오리혀 추가 자금을 차입해 사업 부지 정중앙에 위치한 핵심 부지를 매입하며 알박기 의혹을 만들었다.

금융권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너스톤에이치피에프브이와 하나대체는 공매를 통해 서둘러 부지를 정리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생각을 해야지 오히려 부지를 매입한 것은 부적절한 행위라고 생각된다"며 "자금을 차입해 부지를 매입할 여력이 있었다면 철거업체에 비용부터 지급했어야 했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철거업체를 비롯한 공사에 참여한 협력업체들은 대금을 받지 못해 부도 직전에 몰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AMC로서 계약과 모든 업무를 총괄한 하나대체를 믿고 지상층, 석면, 지하층 등 모든 공사를 마쳤다. 대금 지급도 기다려 달라고 해서 무작정 기다렸다. 그러다 올해 1월 지급한다더니 3월로 밀렸고 5월에는 사업 부지가 공매로 나온 걸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너스톤에이치피에프브이와 하나대체가 철거 용역 대금은 지급하지 않으면서 추가 차입을 통해 사업 부지를 매입한 사실과 관련해서는 "나중에야 알았다"며 "정작 저희를 비롯해 공사에 참여한 8개 협력업체들 모두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다. 그런데도 대금을 못 받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 역시 "자금 경색으로 대부분 사업 부지는 공매로 넘어갔는데 역설적으로 돈을 빌려 핵심 사업 부지를 매입한 것은 무슨 경우냐"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철거업체를 볼모로 잡아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한편, 하나대체 관계자는 철거 용역 대금 지급과 관련해 "공매로 부지를 낙찰 받은 기업들이 동의만 한다면 신탁사를 통해 지급될 수 있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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