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 1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 하늘엔 '죽음의 백조' B-1B 랜서가, 땅에는 고위력 '괴물 미사일' 현무-5가 등장해 압도적 전력을 과시했다. 핵·미사일 개발을 고도화하며 끊임없이 도발을 일삼는 북한을 향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동시에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자랑한 것이다.
이날 기념식에서 9축 18륜 이동식 발사차량(TEL) 위 원통형 발사관(캐니스터)이 얹어진 형태의 현무-5 발사차량 2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량은 운전석이 전면을 바라본 채로 타이어만을 돌려 '게걸음' 치듯 대각선으로 이동하는 측면기동능력도 선보였다. 현무-5 미사일은 원통형 발사관 안에 들어있었다고 전해졌다.
현무는 국군이 자체 개발한 탄도미사일 명칭이다. 현무-1은 모두 퇴역했고, 현무-2 시리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현무-3 시리즈는 순항미사일이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때 처음 모습을 드러낸 현무-4 시리즈는 현무-2를 개량한 탄도미사일로 지대지·함대지·잠수함발사 등으로 각각 개발됐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현무-5는 재래식 무기지만, 탄두 중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 8톤(t)에 달해 "전술핵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위력으로 북한 지휘부가 은신한 지하 벙커를 파괴할 미사일이자, 북 핵·대량살상무기를 억제하는 '한국형 3축 체계' 중 하나인 대량응징보복(KMPR) 수단으로 불린다.
3축 체계는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발사 전에 제거하는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을 더한 개념이다.
게다가 현무-5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지만 탄두 중량을 줄이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사거리 3천∼5천500㎞)급 이상 성능을 발휘할 것으로 추정된다. 탄두 중량과 사거리는 반비례해서다.
군이 현무-5를 공개한 것은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와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복합 도발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행사에는 이외에도 군이 보유한 3축 체계 핵심 전력이 등장했다. KMPR의 한 축인 '타우러스' 미사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F-15K 전투기에 탑재하면 대전 상공에서 북한 평양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지난해 국군의 날에 처음 일반에 공개된 장거리 지대공유도미사일(L-SAM)이 올해도 모습을 드러냈다. L-SAM은 고도 40㎞ 이상에서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로 KAMD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킬체인 핵심 전력 중 하나인 스텔스 전투기 F-35A도 국군의 날 기념행사 중 서울공항 상공을 비행했다.
미국 공군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첫 등장했다. 미국 본토 텍사스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를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6월 국내에 도착해 전력화된 해군의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도 서울공항 상공을 날았다. 민항기인 보잉737을 해상초계기로 개조한 P-8A는 시속 900㎞ 이상 속도로 비행하며 적 잠수함을 찾아내 공격할 수 있어 '잠수함 킬러'로 불린다.
기념식에 이어 오후에는 서울 숭례문~광화문 일대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시가행진이 진행됐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통상 대통령 취임 첫해에 실시하나, 40년 만에 2년 연속으로 열렸다. 군은 이번 시가행진에서 주요 무기체계를 선보이며, 6·25전쟁 참전용사 등 호국영웅 카퍼레이드도 이번 시가행진에서 처음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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