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세월이 가면 앉은뱅이가 되네
낮게 내려앉아
서나 앉으나 매한가지.
나지막한 자가 되어
그들만의 언어 알아듣지 못하고
저들만의 찬란한 세상, 볼 수도 없어
봐도 모르고 안 봐도 다 아는데
당달봉사가 되었네.
다 내려놓고 갈앉으면
한세상 끌고 다닌 이 몸
마음도 한없이 깊어져
되는 것, 안 되는 것도 없어
내 안에 아무것 없으면
모든 것 있는 곳에 내가 있다네.
<시작 노트>
젊은 날은 왜 그렇게 뻣뻣하게 서서, 우뚝 서서 남의 눈에 띄게 하려 했는지? 또 왜 그렇게도 모든 것이 관심사여서 많은 말을 하고 많은 것을 보려 했는지, 다 부질없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를 내려놓고 보면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아주 쪼금 알게 되는 것을, 세월은 그냥, 헛되이 가는 게 아닌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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