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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김수용] 허약한 한국 증시, 노후 안전판도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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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이달 1~11일 코스피 지수 하루 변동률이 평균 1.97%로, 월별 기준 4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아졌다. 변동률은 지수의 평균값 대비 변동 폭을 나타낸 것인데, 그만큼 지수 등락이 심했다는 의미다. 주식 시장은 도널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에 그야말로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 선언에 중국이 맞불 관세로 대응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6% 가까이 급락했던 코스피는 사흘 뒤 트럼프의 상호 관세 부과 90일 유예 소식에 6.6% 급등하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극심한 변동성에 잔뜩 긴장한 채 외신과 뉴욕 증시 흐름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90일 유예로 관세 전쟁이 소강상태(小康狀態)로 접어들었지만 시한폭탄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가뜩이나 오리무중인 한국 주식 시장에 정치 테마주까지 기승을 부렸다. 대선 유력 주자로 꼽히던 후보들의 불출마 선언으로 테마주가 일제히 급락했는데, 전문가들은 이런 투기성 정보에 현혹(眩惑)돼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이런 가운데 한국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어 추가 하락 장세가 올 경우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반도체, 제약, 2차전지 등의 기회를 포착(捕捉)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증시가 중장기적인 우상향 곡선을 그리려면 관세 정책이나 통화 정책의 극적인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미국의 아킬레스건인 국채 수익률 때문에 트럼프가 강공 일변도(一邊倒)의 관세 정책을 펴기는 어렵다는 전망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가능성 덕분에 일단 시장은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12조원 규모 추경안 발표 등 경기를 띄울 정책들이 발표되고, 관세 전쟁이 미·중 구도로 바뀌면서 한동안 국내 증시의 급락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어느 것도 단언하기는 어렵다. 10% 기본 관세가 가져올 파장도 불확실한 데다 상호 관세를 둘러싼 국가 간 협상 결과에 따라 훨씬 큰 변동성을 우려해야 한다.

미국 곳곳에서 트럼프 반대 시위가 확산하는 까닭은 연방 공무원 대폭 감축, 보건 프로그램 예산 삭감, 대규모 관세 정책 등인데, 정작 시위 참가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경기 침체와 퇴직연금 문제다. 특히 이번 시위에는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중장년층의 참여가 눈에 띄는데, 증시 불안정 때문에 퇴직연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특히 가뜩이나 연금이 부족한 도시로 알려진 시카고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시카고의 4개 퇴직연금기금이 주식 시장 하락 탓에 10억달러(1조4천억원)가량 손실을 입었다고 알려졌다. 지자체 공무원, 경찰관, 소방관, 교사 연금기금 중에서 특히 경찰 연금기금은 붕괴 우려까지 제기된다.

증시는 투자자 수익으로만 귀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중장기 노후 대책이 될 수 있다. 안정감 없는 널뛰기 장세의 허약 체질을 방치한다면 코스피 3,000 시대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 가치가 상승하면 투자와 생산이 늘고, 투자 자산이 쌓이면 국민연금 고갈 시기도 늦출 수 있다. 재테크 흐름도 부동산 위주에서 퇴직연금 계좌를 활용한 금융투자로 조금씩 옮겨 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 증시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여건투성이다. 배당소득(配當所得) 분리과세와 중복 상장 제한 등을 포함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한국 증시의 만성적인 저평가를 타개하려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미래 세대를 위한 약속이며 미비한 노후 안전판을 준비하는 디딤돌이다.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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