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나라는 선진국이구나"라고 판단할 수 있는 척도 중 하나는 회복력이다.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얼마나 일상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는지 보는 것이다. 회복력이 살아 있는 집단은 자신들의 상태를 빠르게 점검하고 나아갈 방향을 공유한다. 좋지 않은 결과가 예상됨에도 돌아간다는 의미가 내포된 관성(慣性)과 엄연히 다르다.
지난달 24일 베네수엘라에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두 차례 연이어 발생했다. 사상자와 실종자가 최대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1세기 들어 사상자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강진이 39초 사이에 잇따라 닥친 탓이었다. 1차 지진으로 받은 충격을 복구할 틈도 없었다. 충격파가 재차 전해지며 건물들은 시루떡처럼 누워 버렸다.
인간의 힘으로 자연재해를 틀어막을 수는 없다. 다만 피해를 최소화하려 노력할 수 있다. 이는 회복력과 직결된다. 그 노력을 우리는 '국가 시스템'이라 부른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아비규환은 국가 시스템 마비가 부른 것으로 판단된다. 구조 골든타임이라는 72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구조 작업은 더뎠다. 국민들은 고통에 찬 신음을 좇아 건물 잔해를 파헤쳐야 했다. 맨손이었다.
울고 싶은 사람 뺨 때리는 격이겠으나 베네수엘라에서 회복력은 작동하지 않는 듯하다. 국가 시스템을 허투루 여긴 '잃어버린 30년'의 뼈아픈 대가다. 1999년 정권을 잡은 우고 차베스는 경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석유회사 등 알짜 기업들을 국유화했다. 수익 분배를 우선시했다. 민간기업이었다면 R&D에 들어갈 종잣돈이었을 것이다. 포퓰리즘 정권은 그러지 않았다. 그러니 시장은 정권의 눈치를 봤다. 정권과 손잡아 이익을 편취하려는 부패가 만연했다.
그를 이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도 올해 초 미국 압송 전까지 인기몰이에 집착했다. 국민 상당수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자기 객관화'에 소홀했다. 세계 최고 원유 매장량도 무능한 지도자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앞날을 생각하는 지도자라면 국가 시스템을 다지고, 청사진을 제시하는 소위 '비전(Vision)'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을 것이다.
차베스가 정권을 잡은 때와 비슷한 때다. 아프리카대륙 중남부의 소국 르완다에는 폴 카가메 대통령이 집권했다. 그도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집권하고 있다. 그런데 베네수엘라와 결이 다르다. 경상도 정도 크기의 자원부국도 아닌 나라다. 그러나 카가메 대통령은 1천400만 명 남짓한 국민들에게 앞으로 우리도 잘살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금융과 물류, ICT를 이야기한다. 인프라 확충과 디지털 경제 전환을 주요 전략 과제로 삼는다. 지속 가능성을 우선에 둔다는 것이다.
르완다의 성장 정책 중 눈길을 끄는 '우무간다'는 그 비전을 실현하는 방식 중 하나다. 한 달에 한 번 마을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팔을 걷어붙이는 것이다. 자조(自助)와 협동 정신은 사람의 의식을 변화시킨다. 해 보니까 되더라는 자신감과 긍지를 심어 준다. 수범 사례가 있다. 대한민국이다.
회복력이 좋은 우리에게도 근래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들이 터졌다. 대한축구협회의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직원 채용 과정은 비정상적 추태에 가까웠다. 무능이 반복되는데도 교정하지 않는 것은 관성대로 움직인다는 증거다. 정상적 회복력이 작동해야 한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생겼다. 답은 정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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