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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월간 1천억달러 수출, 들뜨지 말고 통상 환경 격변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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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이 새 역사를 썼다. 6월 수출액은 1천22억달러로 월간 기준 처음 1천억달러를 넘어섰다. 독일·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네 번째 기록이다. 반도체 수출은 448억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그러나 수출 호황 뒤엔 급변하는 세계 통상 질서가 도사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달부터 철강 무관세 수입 물량을 46% 줄이고 초과 물량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 영국도 같은 길을 택했고, 미국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강화에 이어 무역법 301조와 232조를 동원해 통상 규제를 확대하고 있다. 관세 회피에 대한 단속도 민사소송과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강화하는 추세다. 자유무역 대신 공급망, 안보, 산업 보호가 새 통상 질서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EU 협상에서 한국의 철강 전용 쿼터 감소율을 EU 전체 감소율인 46%보다 훨씬 낮은 19.7%로 방어했다고 설명한다. 한국산 고급 철강이 유럽 자동차, 배터리 공급망에 필수임을 강조해서다. 그러나 이를 통상외교 승리로 확대 해석해선 곤란하다. 시장을 조금 덜 잃은 방어전일 뿐이다. 통상 분쟁은 철강을 시작으로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AI 인프라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는 세계 철강 초과 생산능력을 2028년 7억4천500만t(톤)으로 전망했다. 공급 과잉 속에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장벽(障壁)을 더 높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미국의 통상 규제는 철강을 넘어 반도체와 핵심 전략산업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반도체가 통상 압박의 최전선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출 1천억달러에 안도해선 안 된다. 진정한 경쟁력은 호황기에 얼마나 많이 파느냐가 아니라 무역 장벽 시대에도 버틸 수 있느냐다. 산업 경쟁력, 시장 다변화, 공급망 신뢰 등 통상전략 준비에 만전(萬全)을 기해야 한다. AI는 한국 경제에 기회를 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AI가 벌어준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다. 그 시간을 미래 경쟁력 확보에 쓰지 못한다면, 현재 수출 신기록도 한때의 화려한 기억으로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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