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노벨상 생리·의학 부문 수상자인 로렌츠 럼멜은 저서 「공격성에 관하여(On Aggression)」에서 "인간은 고칠 수 없는 공격 본능을 가졌다"면서 국제질서의 '현존 구조'와 '기대 구조' 간에 균형이 무너지면 전쟁이 발생한다고 갈파하였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이 성사되었다지만 안개가 완전히 걷히지 않은 상태이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충돌은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전 세계가 전쟁이 일상화된 세상을 체감하고 있다.
인류는 1·2차 대전이라는 참화를 거치며 더 이상 대규모 전쟁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국제연맹과 국제연합(UN) 등 집단안보 체제가 만들어진 것도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였다. 냉전기 미·소 간 극한 대립 속에서도 '핵 억지'와 '상호확증파괴(MAD)' 원리가 작동해 직접 충돌은 피할 수 있었다. 탈냉전 이후에도 미국이 단극체제의 우위를 바탕으로 '세계의 경찰'을 자임함에 따라 국지적 분쟁은 있었지만 전면전 확산을 억제하는 최소한의 장치는 유지되었다.
그러나 그 질서의 토대는 점차 무너지고 있다. 신냉전으로 대변되는 미·중 패권 경쟁이 탈냉전 이후 다극화된 국제질서에 새로운 균열을 만들고 있는 상태에서 아프리카 대륙을 비롯해 태국과 캄보디아, 인도 및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등 곳곳에서 제국주의 열강이 남긴 잘못된 국경과 민족 분할의 후유증이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를 상황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은 '가치·규범'보다 '국익·거래'를 앞세우는 외교 기조를 강화하며 UN 중심 국제규범과 다자 협력 체제를 흔들고 있다.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 역시 그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미국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 주요국들도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해 국방비를 늘리고 징병제를 재도입하거나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전쟁의 기술적 진화가 위험을 더한다. 드론과 인공지능(AI) 기반 자율 살상 무기의 등장은 '도덕적 마찰'을 줄이며 전쟁의 문턱을 낮춘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는 AI가 목표물을 자동 식별하고 공격 결정을 보조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중동 전쟁에서도 드론과 정밀 타격, 정보기술이 결합한 새로운 전쟁 양상이 등장하였다. 인명 손실과 정치적 부담이 줄어들수록 지도자들이 무력 충돌을 선택하는 문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전쟁의 양상 또한 단기간에 결판나기보다 저강도 충돌이 장기화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격랑에서 한반도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북한은 핵을 앞세워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명시하고, "전쟁 시 점령·평정·수복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북·중·러의 전략적 밀착 역시 또 다른 변수다. 여기에 중국이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정면충돌할 시에 한반도는 미·중 전략 경쟁의 최전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는 "강대국 간 경쟁은 피할 수 없으며 지정학적 요충지일수록 충돌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 외교협회 회장을 역임한 리처드 하스 역시 "국제질서의 규칙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불안정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국이 이를 비켜나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지금으로선 현실적이지 않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동북아 안보 지형 속에서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분명하다. 전쟁은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언제든 재현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이며, 국제질서의 균열과 기술의 진화는 그 가능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여기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평화를 선언이나 구호의 문제로 단순화하는 인식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평화적 두 국가론'과 같은 접근은 긴장 완화를 의도한 것이겠지만, 확고한 억지력과 대비 태세 없이는 상대의 오판을 초래하고 안보의 공백을 확대할 위험이 크다.
전쟁이 상수(常數)가 된 시대,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출발점은 실질적 억지력과 연합방위 능력이다. 첨단 전력과 정보·감시·정찰 역량을 강화하고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통합적 안보 체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 문제는 이재명 정부의 국방정책이다. 이 같은 엄중한 안보 환경 속에서 충분한 군사 전략적 검증과 국민적 공감대 없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나 국가방첩사령부 해체 및 3군 사관학교 통합과 같은 중대한 군 지휘·방첩·교육체계의 개편을 서두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댓글 많은 뉴스
[주목 이 책] 행선지
안동예당, '꿈의 오케스트라 안동-성장반' 운영
경북 청송·봉화·경산, 생애주기 맞춤형 특화주택 300가구 공급
[매일춘추-임현락] 길을 잃은 시대의 '아름다움'
금정호·김대일 각자대표 체제 전환한 신영證…IB-WM 투트랙 전략 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