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은 안심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견디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괜찮아야만 할 것 같고, 괜찮지 않은 자신은 어딘가 모자란 사람인 것 같고요. 그래서 사람들은 괜찮은 척, 아무 일 없는 척 살아갑니다. 그런 '척'들 속에서 마음은 점점 낙엽처럼 말라갑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너, 힘들었구나'라는 말 한마디일 것입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 한 명으로 충분합니다.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면 얼마나 위로가 될까요? 여기 돌봄과 치유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를 위로하는 두 권의 책을 만나 보세요.
◆ 책을 통해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길을 찾다

문학을 전공하고 6여 년간 대학도서관 사서로 근무한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아오키 미아코 지음)의 저자는 업무와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 동일본대지진의 충격, 도시 생활이 주는 위화감으로 정신질환을 앓게 되며 몸과 마음이 일시에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급기야 자살을 시도해 3개월 넘게 병원 생활을 하는 상황에 놓였지만, 그 순간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언젠가 나만의 도서관을 열겠다던 꿈이었지요. 도시 생활을 청산한 저자는 지중해 연구자인 남편 아오키 신페이와 함께 2016년 나라현 히가시요시노무라로 이주해 '루차 리브로'를 개관합니다.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는 도서관을 열기까지의 사연부터 책이라는 창문을 통해 만난 새로운 세계, 함께 책을 읽는 행위가 가져다준 돌봄과 회복의 경험 등을 따뜻한 필치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책의 원제 '불완전한 사서'는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유명한 단편 '바벨의 도서관'에서 빌려왔습니다.
어른이 되어 도서관 사서가 된 저자는 도서관의 서가를 '근사한 창문을 잔뜩 낸 벽'이라고 칭합니다. 그리고 사서는 누군가를 창가로 불러 "저쪽에 예쁜 꽃이 피어 있어요", "여기에 서 있으면 상쾌한 바람이 불어요" 하고 말을 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또 함께 책을 읽자고 청하고 다른 사람의 초대에도 기꺼이 응하며 함께 책을 읽는 행위가 나와 타인이 하나가 되어 생각하고 공동체를 구축해 나가는 마중물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루차 리브로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 장서를 공유한다는 것입니다. 새 책이 아닌 이미 읽은 책, 게다가 밑줄이 잔뜩 그어져 있고 곳곳에 포스트잇이 붙은 읽은 흔적이 가득한 책들입니다, 심지어 책을 대출해 간 이용자도 포스트잇을 덧붙여 반납하고요. 책 훼손을 가장 꺼리는 일반 도서관과는 확연히 다르지요. 애초에 '서비스가 아닌 나눔'이라고 생각하며 도서관을 열었던 저자의 인식이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이 필요한 책만 달랑 대출해 가는 식의 냉담한 거리두기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사회를 함께 고민하며 공공의 감각을 일깨우는 일임을 알게 해 줍니다.
◆ 완벽하지 않은 너와 나, 서로를 궁금해 하기

'말 더더더듬는 사람'(정두현 지음)의 작가에게 어린 시절 형의 죽음은 '말 더듬'이라는 흔적을 남깁니다. 어른이 되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지만 학예회에서도, 대입 수험장에서도, 입사 면접에서도 말 더듬은 고쳐지지 않지요. 말 더듬이 자신의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을 모두 망칠 것 같아 불안했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는 말 더듬에 매몰되지 않고 '말 더듬는 인터뷰어'가 됩니다. 10년 전 취업준비생 시절 그는 "편견 없이 남의 말을 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모집공고를 보고 길거리 인터뷰팀 휴먼스오브서울에 지원했습니다. 'ㅋ' 발음이 어려워 콜드브루를 마시고 싶어도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발표할 일이 생기면 "저는 좀 빼 주세요"라고 말하는 그였지만 낯선 이에게 멀 걸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길에서 수백 명을 인터뷰한 사람으로서 그가 책에서 확실하게 말하고 있는 한 가지는 모두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것입니다. 겉모습만 봐서는 결코 알 수 없는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가 그것이지요. 또 길에서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청한 10년의 시간은 작가에게 겉으로 드러나는 말 더듬이 자신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줍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도, 얼굴에 큰 상처가 있는 사람도, 청소 노동자도, 노인도 인터뷰를 시작하면 이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느껴졌습니다. '말 더더더듬는 사람'은 누군가를 한눈에 다 알겠다고 생각하면 만날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 있음을 보여 줍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댓글 많은 뉴스
[단독] 예성강 방사능, 후쿠시마 '핵폐수' 초과하는 수치 검출... 허용기준치 이내 "문제 없다"
국힘 "李정부, 전 국민 현금 살포 위해 국방예산 905억 삭감"
임은정, 첫 출근 "한때 존경했던 검찰 선배가 내란수괴…후배들 참담"
김민석 국무총리 첫 일정 농민단체 면담…오후엔 현충원 참배·국회의장 예방
영주역 광장, 납공장 용광로보다 더 뜨거웠다…3차 궐기대회 2천여명 모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