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관세 휴전' 후폭풍…세계 각국, 미국 협상전략에 회의감 표출

유럽과 접점 넓히는 중국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일시적으로 멈추자, 이를 지켜본 각국이 미국과의 협상 전략을 변경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8일(현지시간) "각국이 강경한 대응이 효과적이라는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스티븐 올슨 객원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트럼프가 물러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고, 다른 국가들도 이를 배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BCA리서치의 마르코 파픽 수석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할 때는 강하게 맞서야 한다는 교훈을 각국이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연합(EU)은 미·중 합의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보고, 미국과의 협상에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U 관리들은 이번 합의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압박 의지가 크지 않다고 해석하고 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15일 인터뷰에서 "지금까지의 합의가 상황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 틈을 타 유럽과의 외교 접촉을 늘리며 다자주의·자유무역 수호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19일 베이징을 방문한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장관을 만나 "중국은 EU와 대화를 강화해 양자 관계를 발전시키고, 다자무역 메커니즘을 함께 지키길 원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미·중 합의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로 인한 미국 내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각국에 드러낸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노무라홀딩스의 로버트 수바라만 글로벌 시장조사 책임자는 "미국의 경제적 고통이 더 즉각적이며 광범위하다"며 "이번 합의는 이를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세계은행 중국 담당 국장을 지낸 버트 호프만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경제 규모가 크고 대미 의존도가 낮은 국가들만 대응 여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처럼 경제의 3분의 1 이상을 미국에 의존하는 국가는 창의적인 협상 수단이 부족한 실정이다.

반면 미국은 일부 국가들과의 관세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과의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했다고 자신하는 분위기다. 케빈 해싯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19일 폭스 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결승선에 매우 가까운 협상이 여러 개 있으며, 이번 주나 다음 주에 타결돼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인도에 대해 "매우 열려있는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훌륭한 모델이 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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